가종현 < 라이코스코리아 사장 jkah@lycos.co.kr >

맥아더 장군의 회고록에 나오는 이야기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한국전의 UN군 총사령관으로 임명된 맥아더 장군은 전황을 살피기 위해 한강 인도교로 간다.

폭격으로 파괴된 인도교 건너편을 쌍안경으로 살피던 그는 강가에 부동자세로 서 있는 군인 한 사람을 발견하고 달려갔다.

이 병사에게 "왜 끊어진 다리 앞에 서 있느냐?"고 묻자 "이것이 제 임무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맥아더 장군은 이상하게 생각하고 "언제까지 서 있을 작정인가?"라고 질문했다.

이 병사는 "새로운 명령이 하달될 때까지입니다"라고 부동자세로 답했다.

다급한 상황에서 도망가기 급급한 마당에 끝까지 자신의 위치를 지키는 이 병사의 투철한 군인정신에 맥아더 장군은 감탄했다.

"이런 군인이 있는 한 절대로 망하지 않을 것이다" 감동받은 맥아더 장군은 바로 미군병력의 출동명령을 내리고 UN군이 참전하도록 했다.

결국 1950년 9월 북한군이 부산에 다다를 무렵 맥아더 장군은 인천상륙을 감행했고 이는 한국전쟁의 축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이 병사를 융통성이 없는 한심한 사람으로 볼 수도 있다.

필자가 작년 6월 라이코스코리아 대표이사로 취임한 지 벌써 1년이 됐다.

작년 4월 나스닥 폭락 이후 닷컴 위기론이 현실화되고 있을 무렵 필자가 거취를 두고 고민하는 것을 지켜본 동료 변호사들이나 지인들은 "왜 끊어진 다리의 보초를 서는 임무를 맡으려고 하느냐"고 의아해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지난 1년간은 주식시장의 폭락,인터넷 사업모델에 대한 불신,일부 불량 벤처들에 대한 따가운 시선 등 어려움이 많았던 한 해로 인식된 것 같다.

어쩌면 그들에게는 필자가 마치 끊어진 다리를 지키는 보초병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다리는 아직 끊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한햇동안에도 디지털경제는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잡았고 인터넷은 뉴미디어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했다.

필자의 임무는 이 다리를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더욱 튼튼하게 가꾸고 키워 나가는 것이다.

디지털문화를 꽃피우고 신경제가 뿌리내리는 그날까지 디지털미디어 ''인터넷''을 더욱 값지게 만들 수 있도록 열심히 뛰어볼 생각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우리 회사가 그리고 국내 인터넷업계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