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벤처기업들이 대거 테헤란밸리를 탈출하면서 벤처밸리의 지도가 바뀌고 있다. 테헤란로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는 여건을 갖췄으면서도 싼값에 건물을 사용할 수 있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특색있는 업체들이 입주하면서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지닌 벤처밸리가 형성되고 있다. 서울 강남의 청담동은 "제2의 테헤란밸리"를 꿈꾸고 있고, 지난해까지 굴뚝산업의 대명사로 불렸던 구로구는 벤처기업의 메카로 변신했다. 관악구에는 서울대 중심의 관악밸리가 형성됐고 홍릉근처는 KIST를 중심으로 첨단 부품 소재업체들이 들어서고 있다. ◇ 청담밸리 =서울 지하철 7호선 학동역에서 강남구청역, 청담역에 이르는 지역은 첨단산업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적 패션 브랜드 매장과 고급 카페 등으로 유명한 '첨단 유행의 거리'에서 '제2의 테헤란밸리'로 변모한 것이다. 코엑스와 공항터미널 인근이어서 외국인의 방문이 쉽다. 개인화 솔루션 개발업체인 코페이지, 인터넷전화업체인 새롬기술, 음성 포털 서비스 전문업체 헤이아니타코리아, 엔터테인먼트 포털업체 아이팝콘 등이 이곳에 잇따라 둥지를 틀었다. ◇ 송파밸리 =소프트웨어 기업의 천국이 되고 있다. 가락동에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컴퓨터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 소프트웨어공제조합이 이미 들어섰다. 오는 8월에는 정보통신중소기업협회가, 12월에는 서초동과 역삼동에 분산돼 있는 창업지원센터가 이곳으로 이전할 예정이어서 소프트웨어업체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여건이 형성된다. 최근 공사가 마무리된 포스코 송파 빌딩에만 한국정보보호센터 무선국관리사업단을 비롯 INC테크놀로지 TLI 주홍정보통신 솔리테크 오픈타운 네오텔레콤 태인시스템 등 1백여개 기업이 입주를 완료했거나 입주할 예정이다. 송파구에 적을 두고 있는 IT기업은 현재 2백여개에서 올해말 4백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 관악밸리 =관악구청이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관악벤처밸리 조성과 벤처지원 사업에 뛰어들면서 벤처의 요람으로 거듭나고 있다. 서울대의 연구설비 및 우수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큰 강점이다. 이른바 '벤처기업-서울대-관악구청'으로 연결되는 '골든 트라이앵글'이 구축되고 있다. 제3시장에 등록한 인사이드유 다크호스 외에 휴로닉스 사이버다임 언어과학 사이맥스 피츠넷 아름커뮤니케이션 엔포유에듀케이션 등 지난 4월말 현재 2백63개사가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 구로밸리 =제조업에 기반을 둔 벤처기업들의 보금자리로 탈바꿈하고 있다. 교통이 비교적 편리하고 임대료가 2백만원대로 저렴한데다 경기도 광명, 서울 목동 등 대형 아파트단지가 가깝다는 이점이 있어 올들어서만 60개 기업이 이곳으로 이전해 왔다. 산업기술시험원 한국기술평가원 등이 인근에 있기 때문에 제품의 개발 시험 평가가 용이하다. ◇ 대덕밸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공학연구원 등 정부출연 연구소와 대학 뿐만 아니라 각종 민간 연구소들이 들어서 있어 '산.학.연 네트워크'가 가장 잘 갖춰진 곳으로 꼽힌다. 코스닥에 등록한 블루코드테크놀로지 하이퍼정보통신 및 제3시장에 진출한 동양엔터프라이즈 새길정보통신, 코스닥 등록 대기중인 인바이오넷을 비롯 지란지교소프트 팍스콤 원테크놀로지 바이오소프트 ITNC21 등 5백여개의 벤처기업이 몰려 있다. 정보통신분야 벤처기업이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환경 바이오와 관련된 기업들도 많다. ◇ 기타 =홍릉밸리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 대표적 연구기관들과 가깝기 때문에 첨단 부품.소재업체 등을 중심으로 서울 강북의 벤처 메카로 부상하고 있다. 양재동의 경우 서울과 지방을 연결하는 요지여서 지방에 공장을 둔 업체들을 중심으로 벤처밸리가 형성되고 있다. 경기도 안양에는 다솔테크놀러지 네오이데아 등 2백여 업체가 자리를 잡았고 분당밸리에는 영우통신 두루넷 등이 입주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