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공격수" 유창혁(35)9단과 대만출신 일본기사 왕리청(43)9단이 제3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 우승컵을 놓고 오는 22일부터 베이징에서 맞붙는다. 우승상금은 15만달러. 유 9단은 지난달 중국 시안(西安)에서 벌어진 대회 준결승에서 중국의 왕레이(王磊) 8단을 상대로 1백67수 만에 통쾌한 흑불계승을 거두고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이날 대국에서 중반 좌변의 흑3점을 버리고 하변의 백을 공격,승세를 확립한 유 9단은 특유의 파워를 앞세워 결국 상변과 우변에 걸친 거대한 백대마를 포획하며 왕 8단의 항서를 받아냈다. 이날 동시에 벌어진 준결승에서 왕리청 9단은 최근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조훈현(48) 9단을 상대로 두터움을 바탕으로 한 힘바둑으로 밀어붙인 끝에 3백11수 만에 흑5집반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랐다. 지난해 중국의 마샤오춘(馬曉春) 9단을 누르고 우승컵을 안았던 왕 9단은 대회 2연패에 도전하게 됐다. 지난해 삼성화재배를 제패하며 '준우승 제조기'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떼낸 유 9단으로서는 이번 왕 9단과의 결승전이 설욕의 무대다. 왕 9단과 지난 98년 제2회 LG배 세계기왕전 결승에서 맞붙었던 유 9단은 당초 우세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2대3으로 역전패하며 안방에서 외국기사에게 우승컵을 내주고 말았다. 특히 유 9단이 당시 준결승에서 결승 진출의 제물로 삼은 기사가 바로 이창호(26) 9단이었기 때문에 '우승도 못할 거면서 괜히 이창호만 탈락시켰다'는 바둑팬들의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3년 만에 다시 격돌하게 된 이들 두 기사간의 결승전 전망은 백중세라는 게 중론이다. 유 9단은 최근 한껏 물이 올라있다. 지난달까지 전적은 18승7패(승률 72%)로 다승 공동 4위에 올라있으며 왕위전 본선에서도 조 9단과 함께 공동 선두를 마크하고 있다. 일본 최고의 타이틀 기성(棋聖)을 보유하고 있는 왕 9단 역시 올해 조선진 9단을 맞아 4승2패로 타이틀 수성에 성공했다. 얼마전에는 고바야시 고이치 9단으로부터 십단(十段) 타이틀을 빼앗는 등 최절정기를 구가하고 있다. 두 기사간 상대전적에서는 유 9단이 2승4패로 열세. 유 9단이 한국에 우승컵을 선사할지,왕 9단이 2연패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