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1 21:12
수정2006.04.01 21:15
"기역 니은 디귿 리을...."
서울 혜화동 대학로에 외국인들이 모여 한글을 배우고 친목을 다지는 모임이 있어 화제다.
문병환(40) 대표 등 국내외 자원봉사자들이 비영리 국제친교봉사단체로 설립한 인터내셔널 하우스(www.ih.or.kr)가 그 곳.
매일 저녁 7시만 되면 외국인들이 모여 들어 어눌한 말투로 한글을 외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이 한국을 좀더 자세히 알 수 있고 그럼으로써 한국에 대한 친밀감을 갖도록 하자는 취지로 만들었지요"
대학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한 문 대표는 지난 97년 동대문운동장 근처에서 러시아인 등 몇몇 외국인들과 수시로 만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모임이 생겨났다면서 입소문이 퍼져 요즘은 사무실이 비좁을 정도가 됐다고 설명했다.
인터내셔날 하우스를 가꿔 가고 있는 주인공은 세계 50여개국에서 온 5백여명의 외국인들과 50여명의 한국인 자원봉사자.
이들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저녁 한글 교실을 열고 노래와 춤 등 다양한 레크리에이션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
또 매달 첫째주 일요일은 "피크닉 데이"로 정해 명승지를 직접 찾아다니며 한국의 아름다운 산하를 몸소 체험하고 짝수달 둘째 토요일엔 "푸드 페스티벌"을 열어 각 나라의 전통 음식을 맛본다.
라틴댄서 출신의 멕시코인 로사는 "세계 곳곳에서 온 친구들과 다양한 문화를 나눌 수 있고 때때로 스페인어를 쓰는 친구와 얘기를 하면서 향수를 달랜다"며 연신 '원더풀'을 외쳐댄다.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김지현씨는 "선생님으로서 학생들에게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가르치는 보람도 크지만 이들로부터 배우는 것도 참 많다"고 말했다.
모임이 알려지자 후원업체도 생겨났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대표 강덕영)은 모임 취지가 자신들의 사업 철학과 맞아떨어진다며 도움을 줘 최근 대학로에 새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
메카텍스(대표 이건환) 열림기술(대표 김희수) 등 20여개의 중소벤처들도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문 대표는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있는 벤처기업들이 없었다면 지금같은 왕성한 활동은 없었을 것"이라며 후원 기업가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