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로 승부를 겨뤘던 한·일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유기EL(자체발광형 표시장치)시장을 놓고 다시 맞붙었다. 단순히 한국과 일본으로 편이 갈린 경쟁이 아니다. 한국과 일본기업이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등 '적과의 동침'도 서슴지 않고 있다. 실례로 삼성SDI는 세계1위를 목표로 일본 NEC와 손을 잡았다. 두 회사는 지난 1월 총 9백40억원을 출자,SNMD(SAMSUNG NEC MOBILE DISPLAY)라는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올 하반기부터 유기EL을 월 70만개씩 양산하고 2003년에는 월 1백50만개로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5천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LG전자는 LG전자기술원 LG정보통신 등 계열회사와 뭉쳤다. 지난해 2인치짜리 유기EL의 휴대폰 상용화에 성공한 데 이어 2002년까지 1천억원을 투자,월 1백만개의 생산능력을 확보키로 했다. 일본업체들간 제휴도 활발하다. 세계 최초로 제품개발에 성공한 일본 파이오니아는 지난해 샤프 및 일본반도체연구소(SEL)와 합작,'ELDIS'를 설립했다. 산요와 코닥은 개발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소니와 도요타가 설립한 TFT-LCD 합작법인 TFT-LST는 지난 3월 완전컬러 유기EL 생산에 성공했다. 특히 소니는 PC모니터용 대형제품 개발을 서둘러 2004년부터 상용화한다는 일정을 잡아놓고 있다. 도시바도 내년 4월부터 휴대폰과 PDA(개인휴대용단말기)용 유기EL 생산에 착수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한일 양국의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이처럼 경쟁적으로 합작법인을 설립하거나 공동 기술개발에 나서는 것은 유기EL 시장이 급속도로 커져 시장 선점에 실패하면 따라잡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IDC재팬에 따르면 세계 유기EL시장 규모는 지난해 6천만달러 수준에 불과했지만 앞으로 2005년까지 연평균 1백70%씩 성장할 전망이다. LCD(18.2%)나 벽걸이TV용 화면장치인 PDP모듈(71.3%)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빠른 속도다. 삼성SDI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해 비용이 늘어나긴 하지만 파이(시장)를 키워놓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 --------------------------------------------------------------- [용어풀이] 유기EL(Organic Electro Luminescence)= 스스로 빛을 발하는 형광성 유기화합물의 성질을 이용해 만든 표시장치(디스플레이)다. 자체발광형이기 때문에 전력 소모가 적다. 가격도 TFT-LCD보다 저렴하다. 또 적색 녹색 청색 유기물을 섞으면 완전한 칼라를 구현할 수 있다. 기존의 일반 휴대폰 액정화면(STN-LCD)으로 동영상을 보면 수시로 끊기는 단점이 있지만 유기EL은 응답속도가 빨라 완벽한 동영상을 즐길 수 있다. 이같은 장점 때문에 IMT2000용 단말기나 PDA(개인휴대용단말기)의 디스플레이로 적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