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작년말 2001년 경제운용방향에서 밝혔던 거시경제 전망치는 "5~6% 경제성장률, 3%대 물가상승률과 실업률, 50억~70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 대부분의 국내 연구기관들은 그러나 올 한국의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실업률이 다같이 4%대를 기록하고 경상수지 흑자는 1백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정부 전망과 차이가 크다. 이에 따라 이달중 수정이 예고돼 있는 정부의 거시경제 정책 목표가 어떤 모습을 드러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10대 연구소장들은 그러나 전망 수정 자체보다는 기업들의 성장잠재력을 키우는데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고 한결같이 지적한다. 전망이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 바뀌게 마련이고 설령 수치상으로 성장률이 높게 나온다 해도 우리 경제의 내실이 튼튼해졌다고 단언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단기적인 현안 해결도 중요하지만 중장기적 경제운용 방향을 제시하고 국가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보다 과감하고 근본적인 규제완화 등을 통해 기업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거시경제 정책은 이를 보조하는 방식으로 경제정책 운용방향의 패러다임이 변화해야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방안에 대한 10대 연구소장들의 제언을 소개한다. ◇ 규제완화.구조조정 통해 경제 활력 불어 넣어야 =최우석 삼성경제연구소장은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의 투자를 촉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 국내 경제상황은 자본재 수입이 급감하는 등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최근 경상수지 흑자는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들어 나타난 '축소균형'이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해왕 한국금융연구원장은 그러나 "축소균형 상태를 오히려 채산성 없는 부분을 줄여 나가 기초체력을 다질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상시적 구조조정 시스템 의 확립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섣부른 경기부양 보다는 기초체질을 강화함으로써 기업 경쟁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영욱 한화경제연구원장은 "경제성장률 수치에 일희일비할 것 없이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며 "기업.금융권 구조조정에 대한 가시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경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광선 산업연구원장은 "기초산업과 신산업간의 연계를 통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개발(R&D)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늘리고 정보기술(IT) 인력을 양성하는 등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기업 경쟁력 강화에 힘써야 한다는 말이다. ◇ 투자 활성화 조치로 기업 경쟁력 제고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경상수지 흑자 규모나 축소균형 등에 대해 너무 연연해하지 말고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수출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호 LG경제연구원장은 "임시투자세액 공제를 더욱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연구개발(R&D) 관련 투자에 대한 세제상 지원을 늘리거나 자금을 지원하는 등 과감한 투자촉진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중웅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중장기적인 산업구조 개편을 통해 기초체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발혔다. 국내 산업구조는 자동차 반도체 조선 철강 등 일부 업종 중심으로 구성돼 있는데다 수입유발적 수출구조,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여서 대외 여건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 산업구조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마련해야 단기적인 경기부양책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공공요금 현실화.공공부문 경영합리가 근본적인 물가 해결책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최근의 물가급등은 지금까지 공공요금을 계속 미뤄왔던 탓에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제아무리 통화정책을 사용해도 먹혀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공공요금을 하루빨리 현실화해 자원배분의 왜곡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 삼성경제연구소장은 "공공부문의 경영 합리화를 통해 원가를 낮추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실업률 수치 낮추기보다 고용상황 개선이 중요 =김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최근 실업률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임시직 비중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 실제 고용상황이 별로 나아진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근로자들의 고용불안 심리는 여전한 상태고 실망실업자수도 계속 늘고 있다는 것. 그는 "소득세 감면 등을 통해 가처분소득을 늘려 주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봉균 한국개발연구원장은 "단기적으로 일자리를 마련하려 하기보다는 직업훈련.연수를 통해 근로자들의 취업능력을 배양시켜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동휘 동원경제연구소장은 "기업이 살아야 실업도 줄어드는 것"이라며 "신기술Γ?등 작지만 고용효과가 있는 기업들을 육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일관된 정책으로 불확실성 최소화 =김 현대경제연구원장은 "경제 주무부처의 장관이 한 정권 아래 수차례씩 교체되는 등 정책의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동원경제연구소장은 "구조조정에 따른 불확실성 문제를 명확히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정책의 일관성 확립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부활 등을 둘러싼 정부의 대응방식이나 IMT-2000 사업자 선정, 공기업 민영화 처리 문제 등은 정책의 혼란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의 역할은 경기순환상, 대외경제 여건상 야기된 경기침체 국면에서 비경제적 요인을 제거해 나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 --------------------------------------------------------------- [ 10대 연구소장 ] 강봉균 한국개발연구원장 배광선 산업연구원장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최우석 삼성경제연구소장 이윤호 LG경제연구원장 김중웅 현대경제연구원장 정해왕 한국금융연구원장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 오동휘 동원경제연구소장 진영욱 한화경제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