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곁가지 논쟁보다 비선혁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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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에서 무슨 얘기를 하겠습니까"
민주당 의원 워크숍이 한참 진행되고 있던 지난달 31일 밤.'오늘 행사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한 당직자가 주저없이 이같이 답했다.
그는 "워크숍은 문제를 비켜가기 위한 요식행위가 아닙니까"라며 아예 행사자체에 대해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중과부적"(衆寡不敵·적은 수효로는 많은 수효에 맞서지 못함) "장이 서야 얘기를 할 거 아니냐"(김태홍 의원)는 볼멘 목소리도 나왔다.
개혁 소장파 10여명이 관망 내지 반대파 1백여명을 극복하기는 역부족이란 얘기를 담고 있다.
실제로 이날 워크숍 분위기는 개혁소장파 의원들의 의도와는 전혀 딴판으로 흘러갔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개혁 소장파들을 공격한 김민석 의원의 '질서있는 쇄신'이란 발제가 있었다.
개혁소장파 1명대 이들의 전담마크맨을 포함한 5명꼴로 구성된 분임토의에서도 당정쇄신의 목소리는 힘을 얻지 못했다.
막판에 김경재 추미애 의원등 일부 의원들이 '마포사무실'(권노갑 전 최고위원 사무실) 등 비선(동교동계)혁파를 외쳤지만 대세는 이미 기운 상태였다.
이날 워크숍은 예상대로(?) '일단 현상유지'로 결론이 내려졌다.
이어 민주당 지도부는 4일 열리는 청와대 최고위원회의로 공을 넘겼지만 "이제 청와대 비서진 개편 등 당정 인사쇄신은 물건너간 것 아니냐"는 시각이 강하다.
개혁소장파 의원들은 그럼에도 "결과를 지켜봐야 되지 않겠느냐"며 한가닥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도 뭔가 획기적인 쇄신책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심정일 것이다.
사실 이번에 개혁소장파들이 문제삼고 나선 비선(秘線) 혁파는 현 정권만의 과제는 아니다.
김영삼 정권 시절 '얼굴없는 소통령' 김현철(김 전 대통령의 차남)씨의 국정개입이 문제가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도 민주당내에선 문제의 핵심보다는 "대통령 면담주선의 진상을 가리자"는 곁가지 논쟁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어쩌면 이 정권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호기가 '태산명동 서일필'(소문에 비해 왜소한 결과)식이 될 수도 있다.
김병일 정치부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