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로펌 '덩치키우기' 논란 .. 찬성 "규모의 경제 실현돼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국내 법률시장 개방이 예고된 가운데 메이저 로펌(법무법인)들이 합병을 통한 "몸집불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따라 국내 법률 서비스 시장에 지각변동이 시작되고 있다.
지난 연초 법무법인 세종과 열린합동 법률사무소가 업계 처음으로 합병한데 이어 조만간 법무법인 한미와 광장도 합병 작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 전문인 집단인 로펌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살림 합치기"를 꺼릴 것이라는 일반적 시각과 달리 올들어 연이어 성사되고 있는 합병 소식에 업계 관계자들은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만큼 경쟁력이 제고될 것이란게 그 이유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단순한 "수 불리기"는 경쟁력과는 무관하다는 비판론도 제기하고 있다.
합병을 둘러싼 찬반입장을 알아본다.
합병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 =국내 로펌들은 외국 유수의 로펌들과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만큼 수적 열위에 놓여 있다.
그런만큼 국내법률시장 개방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체력의 보강"이 필수불가결하다게 합병 긍정론의 근간이다.
얼마전 3개국간 합병으로 세계 최대 법률회사를 만든 영국 런던소재의 "클리포드 챈스(Clifford Chance)"는 변호사 수만 3천1백명에 이른다.
미국 시카고에서 출발한 "베이커 앤 매킨지(Baker&Mckenzie)"는 2천3백30여명이나 된다.
이에 비해 국내 수위를 오랫동안 지키고 있는 김&장법률사무소는 외국 변호사를 합쳐도 2백명이 채 되지 않는다.
경제 규모와 법 적용의 특성을 배제한 단순 비교는 무리가 있지만 "종합" 서비스와 "전문" 서비스를 동시에 요구하는 국내외 고객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선 "규모의 경제"가 먼저 충족돼야 한다.
몸집불리기에 대한 부정적 시각 =법률서비스란 변호사수보다 서비스의 질이 우선이라며 합병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 근거로 소수의 인력으로 특정 분야에 특화돼 있는 "부티크" 형태의 로펌이 번창하고 있는 예를 들고 있다.
어차피 고객이란 자신이 필요한 분야에서 최대의 성과를 거둘수 있는 전문가를 찾게 마련이라는 주장이다.
C 로펌 관계자는 "백화점식의 토털서비스를 요구하는 고객은 소수의 기업 고객일뿐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다"며 "무조건 덩치를 키우기보다는 우리나라 환경에 맞는 적정 규모를 유지하면서 전문 영역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법률시장이 개방되더라도 국내 법정 대리권이 외국 변호사에게 허용될리는 만무한 만큼 경쟁자의 위치에 서게 되기 보단 전략적 제휴를 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럴 경우 외형보다는 내실이 더 유용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합병은 계속되나 =전문가들은 부정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로펌의 대형화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법률서비스 시장의 대세가 사후적으로 발생하는 소송 중심에서 분쟁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기업간 계약을 자문하는 형태 등으로 선진화돼 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로펌만이 감당해 낼 수 있다.
법률시장 개방과 관련해서도 어떤 형태로 진행될지 언제 닥칠지 아무도 예상 못하는 상태에서 마냥 안심할순 없다는 지적이 많다.
김&장법률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이미 국제거래간 계약을 자문하는 분야는 외국 로펌과 경쟁에 돌입했다"며 "세계적인 정보망과 기업 거래에 오랜 경험을 갖고 있는 외국 로펌의 경우 국내 로펌을 국내 재판 대리권만 행사하는 단순 하청 공장으로 보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언급했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