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환율전망] 유로-엔-원 움직임 제한, '1,270∼1,295원'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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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이나 재료 상 위아래 뚜렷한 방향이 설정되지 않는 데다 최근 유지되는 박스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거래자간 눈치보기 작전이 전개될 것 같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의 얘기다.
이번주 달러/원 환율에 대한 대체적인 시각은 '하락세에 무게를 둔 제한된 범위내 흐름'이다. 하향안정화 추세가 뚜렷한 최근의 분위기를 이어가는 장세라는 것.
이에 따라 이번주 거래범위는 '1,270∼1,295원'으로 예상된다. 3월부터 진입한 1,300원대 환율과 이별을 고해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엔화 강세와 유로화 약세 기조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두 통화의 추가적인 움직임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엔화의 급작스런 약세나 유로화의 급반등은 어려울 전망이다.
또 10.79까지 올라선 원/엔 비율을 고려하면 10.50∼10.60 비율까지 하향 조정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수급과 시장주변여건이 어느 한쪽으로 몰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며 지난달 변동성이 극히 위축되면서 거래자들의 거래의욕이 크게 줄어든 것도 박스권내 움직임을 고착화시키는 요인이다.
이번주 1,280원에 대한 강한 경계감도 확인이 됐으나 시장심리가 달러팔자(숏) 마인드가 우세한 점으로 미뤄 저점테스트 시도는 이어질 전망이다.
◆ 내려서는 저점, 위축된 변동성 = 시장관계자들은 환율이 저점을 낮춰가는 조정장세가 당분간 이어진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여전히 1,300원에 미련을 둔 거래자가 있긴 하나 심리적 안정을 찾은 외환시장 분위기로 1,200원대 굳히기에 들어간 상태다.
5월 들어 박스권은 초중순 '1,290∼1,310원'에서 하순 들어 '1,280∼1,300원'으로 축소되더니 1,277.50원까지 저점을 낮춰 점차 환율 수준이 낮아지고 있음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5월 평균 환율변동폭은 7.38원으로 전달의 11.16원, 올들어 5월까지의 9.22원에 비해 줄었다.
시장참가자들은 고점매도-저가매수의 전략을 가지고 거래에 임하고 있으며 환율은 이같은 거래로 인해 위아래 꽉 막힌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시장의 주요변수인 엔화강세나 공급예정물량(외국인 직접투자자금 등)의 출회 여부에 대한 확신은 여전히 없다.
지난주 환율을 아래쪽으로 밀었던 주요인은 바로 엔 강세와 네고물량 공급이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엔이 바닥인지, 아닌지 확신이 없고 나올 물량은 많은 데 언제 나올 것인지가 확실하지 않아 환율 방향에 대해선 판단이 어렵다"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유로가 폭탄처럼 존재하고 있고 달러/엔이 117엔대로 밀릴 것으로 보여 장 움직일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달러/엔을 따라갈 것 같다"며 "1,280원에 대한 경계감이 많으나 센 매수세가 없는 점으로 미뤄 박스권이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역외세력은 1,270원선에서 저가매수에 대한 미련을 보여줬으나 장세를 이끌만한 세력으로서의 힘은 약해졌다. 외화예금이 120억달러를 넘어서는 등 업체 마인드는 아직 1,300원대에 대한 미련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입(3개월 이동평균) 대비 외화예금 수준은 지난해 1월 55% 수준에서 올 5월 99% 수준으로 증가, 과보유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이가 무너질 경우 외화예금은 언제든 환율 하락요인으로 적극 작용할 전망이다.
◆ 유로화 '흔들흔들', 엔화 강세 = 최근 국제금융시장의 화두는 유로화다. 유로화 약세의 골이 깊어지면서 불똥은 엔화를 거쳐 원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1일 유로/달러는 한때 84.31센트까지 떨어져 6개월중 최저치로 갔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와 유럽 경제지표가 미국에 비해 좋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유로화 약세기조의 전환을 쉽지 않게 만들 전망이다.
추가 유로하락 저지에 인위적인 힘이 개입돼야 한다는 점에서 유로의 자연스런 흐름은 약세에 두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유로화 약세로 인해 상대적인 이익을 얻고 있는 엔화에 대한 전망은 다소 갈지자다. 일본경제 펀더멘털의 호전에 따른 엔화 강세가 아니라는 점에서 일시적인 현상이란 견해와 117엔 밑으로 추가하락을 점치는 쪽이 양분돼 있다. 본격적인 강세국면으로의 전환은 아니지만 일본 경기침체에 따른 급격한 약세는 제한될 수 있다.
지난주 엔화 강세만큼 원화 움직임이 따르지 못해 원/엔 환율이 1,079원선으로 올라섰음을 감안하면 시장거래자들이 정상적인 수준으로 인식하는 1,050∼1,060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달러/원의 상승이 제한될 것이란 전망이 따른다.
달러/엔에 따른 거래패턴은 바뀔만한 여지는 없지만 미세한 간극조정을 통해 유로-엔-원 화의 움직임은 '각자만의 행로'를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
◆ 기타 요인 = 국내 증시에서 지난주 사흘째 주식매도세를 이어간 외국인으로 인해 달러역송금 수요(1억5,000만달러 가량)는 주초 환율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지난 5월 무역수지 흑자가 20억7,700만달러의 올들어 월중 최고치를 기록, 환율 하락 요인이 될 것이지만 업체들이 수출대금의 시장공급 여부는 섣불리 단정하기 어렵다.
4월에 이어 5월에도 1조원을 넘어선 외국인 주식순매수 지속여부, 이번주 예정된 대우차 인수협상 등이 시장주변여건의 호재로 하락압력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있다.
대규모 FDI 등의 가시화도 환율의 이동성을 좌우하는 요인이다.
'언제 가시화될 것이냐(시기)'와 '얼마나 시장에 공급될 것이냐(규모)'를 놓고 배팅찬스를 노리는 시장거래자의 눈빛은 이동폭이 좁아진 환율움직임에도 판단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