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 때문에 병역의무 이행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대체복무케 하는 법안마련이 민주당 일각에서 추진되면서 종교계가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천정배.장영달 의원이 각기 추진중인 법안들은 종교적 신념 등 양심상의 이유로 병역을 거부할 경우 사회봉사와 공익근무로 병역을 대체토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진원은 개신교내 보수진영이자 다수파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기총은 이같은 움직임이 이단으로 간주돼온 여호와의 증인을 위한 입법이 아니냐며 강력히 제동을 건 것이다. 한기총은 "한국교회는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며 병역기피에 악용되는 등 사회위화감을 조성하게 될 대체복무제 입법 또는 병역법의 개정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최근 내놓았다. 그러면서 대체복무제 추진을 여호와의 증인을 위한 입법으로 못박고 "여호와의 증인은 기독교의 탈을 쓴 이단으로서 그들이 병역을 기피하는 것은 국가와 정부를 '사탄의 조직'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직공했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일제시대 징병기피 이후 지난 60여년간 성서의 평화사랑 정신 등을 들어 집총을 거부해왔다. 이로 인해 실형을 산 신도의 숫자가 1만명을웃돌며 복역중인 신도가 1천600여명을 헤아린다. 여호와의 증인 정운영 홍보팀장은 "우리나라는 양심의 이유로 병역을 기피하는 사람들을 위한 대체입법이 없는 유일한 나라"라며 "대체입법 추진은 늦었지만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에게만 법을 적용해달라는 게 아니다"며 "적절한 심사를 거쳐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구제대상이 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호와의 증인과 개신교 보수진영이 입법을 둘러싸고 이처럼 각을 세운 가운데 가톨릭과 불교계, 개신교내 진보진영 등은 공식 입장표명은 자제하면서도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가톨릭 주교회의가 발간되는 '경향잡지' 최근호는 소수자의 인권중시를 위해 대체입법이 바람직하다는 한 법학자의 견해를 실은 데 이어 종로성당은 최근 '군대체복무를 위한 토론회'의 장소를 제공했다. 불교계도 수행에 전념해야 할 젊은 시절의 군입대가 장기간의 수행단절과 육식강요에 따른 파계로 이어져 수행의 길을 접는 경우가 생긴다는 점에서 입법에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아울러 살상무기인 총을 들고 군사훈련을 받는 것 자체가 살생을 금하는 교리에 배치된다는 근본적 문제인식을 갖고 있으나 이에 대한 공식 입장표명은 아직까지 내놓지 않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신지홍기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