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국왕일가 몰살사건이 국민들의 폭력시위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네팔정부와 왕실은 4일 사건의 진상 및 사법적 책임 규명을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새로 즉위한 갸렌드라 국왕은 이날 TV를 통해 발표된 성명에서 "이번 사건을 철저하고도 완전하게 조사해 진상을 규명할 것"이라면서 "케샤브 브라사드 우프댜야법원장의 지휘 아래 3인으로 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참극이 빚어지게 된 배경을 조사해 공개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기리자 프라사드 코이릴라 총리도 성명을 내고 "참극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모든 측면에서 진상을 규명하는 작업이 이미 시작됐고 이를 통해 반드시 진실을 찾아낼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국민들에게 안정을 되찾을 것을 호소했다. 총리 성명은 네팔 내무부가 이날 오후 3시30분부터 6일 새벽 5시까지 수도 카트만두 일원에 통행금지령을 선포한 직후 발표됐다. 정부의 진상조사 착수 발표 속에, 이번 참사에서 치명상을 입고 사건 이틀만에 사망한 디펜드라 국왕의 장례식이 이날 오후 7시30분(현지 시간)께 거행됐다. 네팔 역사상 최단 재위 국왕으로, 즉위 56시간만에 숨진 디펜드라 국왕의 운구행렬은 이틀전 비렌드라 부왕의 장례식과 마찬가지로 병원을 출발해 시내를 20㎞가량 돌다 바그마티강(江) 언덕에서 힌두교 전통의식에 따라 화장됐다. 장례식이 열린 이날 오후 국왕일가 몰살사건에서 중상을 입고 치료를 받아온, 고(故) 비렌드라 부왕의 동생인 디렌드라 샤가 입원 중이던 카트만두 군병원에서 숨져 이번 사건의 희생자는 모두 10명을 늘었다. 한편 카트만두 시내에서는 안정을 되찾아 달라는 정부의 호소에도 불구, 분노한 시위대가 정부의 통금령을 거부한 채 격렬한 시위를 계속했으며 이 과정에서 최소한 2명이 사망했다. 이 중 한 명은 통금령 발표에 앞서 경찰봉에 맞아 숨졌으며 다른 한 명은 통금령 후 경찰의 발포로 사망했다. 시위대는 이번 국왕일가 몰살사건은 디펜드라 국왕이 우발적으로 저지른 총기사고라는 발표를 믿을 수 없다면서 사건의 배후에는 분명히 정치적인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위대는 "갸렌드라 신임 국왕과 그의 아들이 사건 당시 만찬장에는 없었고 새 왕비는 만찬장에는 있었지만 가벼운 부상만 입는 등 석연찮은 부분이 많다"면서 "비렌드라 부왕와 디펜드라 국왕이 음모에 희생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인도 집권세력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는 한 힌두교 우익그룹은 이번 참극이 네팔의 힌두교 왕정에 반대하는 조직적인 음모에 의해 자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트만두 AP.AFP=연합뉴스) karllee@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