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았다...슬퍼할 공간조차 없다..성윤석, 소설 '우리...'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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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시인이 다른 필명으로 소설을 발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90년 시 '아프리카,아프리카'로 한국문학 신인상을 수상했던 성윤석씨가 최근 성문하라는 필명으로 '우리, 이혼하고 함께 살까'(황금물고기)를 냈다.
이 작품은 우리 시대 갈 곳 없는 30대 후반 남성의 현주소를 그린 소설이다.
성씨는 "삶을 말하는데 시로는 표현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소설집필 배경을 말했다.
도발적인 제목 '우리, 이혼하고 함께 살까'는 이혼을 요구하는 부인에게 주인공 기가 던진 '최후의' 제안이다.
결혼제도란 형식을 벗어나 참사랑을 구현하고픈 욕망의 언어지만 사회 통념상 받아들여질 수 없는 말이다.
결국 그는 구조조정의 회오리 속에 직장에서 밀려나고 아내에게 이혼당하며 옛애인에게서도 버려진다.
삶과 일상에서 떼밀려 다닌 그는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 이 세상으로부터 실종된다.
소설은 기와 아내, 기의 옛애인간 삼각구도를 바탕으로 욕망의 편린들을 수습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작중인물들은 모두 '불안과 열망' 속에서 변화를 꿈꾸지만 성공하지 못한다.
'지구밖에 있는' 달은 기의 불안과 열망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달은 도달하기 힘든 공간이지만 누구나 몽상 속에서 나마 소유할 수 있는 곳이다.
기는 달을 보며 분노를 진정하고 달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며 마침내 '달에 의해 환해진다'.
성씨는 스스로 "이 작품은 대중소설"이라고 못박는다.
그의 시가 독자들을 포섭하지 못한데 대한 보상차원에서 쉬운 언어로 쓴 흔한 얘기로 다수 대중에게 다가서고 싶다는 뜻이다.
지난 96년 시집 '극장이 너무 많은 우리동네'를 발표, 호평을 얻었던 성씨는 이 소설을 탈고한 후 새로운 역사소설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