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 강연] 하이테크, 비즈니스 그리고 세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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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으로 통합되고 있는 세계경제.
이제 국경은 더 이상 방패막이가 돼 주지 못한다.
개발도상국 기업들도 선진국의 1등 기업들과 맞붙어 싸울수 밖에 없는 무한 경쟁의 시대다.
이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무엇일까.
앨빈 토플러와 함께 미래학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존 나이스비트 박사는 그 해답을 "인간냄새가 가미된 기술"이라고 말한다.
기술에 인간적인 감성을 조화시킨 제품이 글로벌시대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라는게 그의 주장이다.
나이스비트 박사는 세계경제연구원 초청으로 방한, 5일 오전 호텔롯데에서 "하이테크와 비즈니스, 그리고 세계경제"를 주제로 강연을 가졌다.
강연내용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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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경제에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세계경제의 글로벌화가 가속화하면서 일어나는 현상들이다.
이런 새 패러다임의 시대는 과거 패러다임의 언어로 설명할 수 없다.
'가상기업'(virtual corporation)이란 개념이 있다.
단어는 있지만 개념을 이해하는데는 상당기간이 걸린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기존 틀의 언어로 설명하는게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다.
인터넷도 기술만으로는 단순히 이해할 수 없다.
인터넷은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다.
사회적 현상이다.
휴대전화 역시 기술이 아닌 사회현상이다.
두 가지 모두 기술이 바탕에 깔려 있기에 가능한 것들이다.
그러나 기술만으로는 이해도, 설명도 안된다.
한국에서도 최근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다.
위대한 기업가 정신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점이다.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한국에서 3년반 미만된 기업에서 일하는 성인의 비율은 9%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그만큼 젊은 기업에서 일하는 인구가 많다는 얘기다.
이것은 한국이 변하고 있다는 좋은 징조다.
미국의 예를 보자.
미국에서는 지난해 1백만개 이상의 기업이 새로 탄생했다.
연간 1백만개 이상의 창업기록이 3년째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산업전성기라는 50년대, 60년대에도 연간 6만∼6만5천개의 기업이 창업하는데 그쳤다.
흥미있는 것은 요즘 창업의 3분의 2가 여성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8년 동안 미국에서는 2천4백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이중 90%는 50명 이하를 고용한 중소기업들이 만들어 낸 일자리다.
이것은 미국이 위대한 기업가 정신의 나라이고 중소기업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서구에서는 요즘 기술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되고 있다.
기술에 희생돼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다.
기술이 경제적으로 가져다 주는 이익이 뭔가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기술주의 폭락이 이런 움직임의 계기가 됐다.
주식뿐 아니라 기술에 대해서 냉정하게 재평가해야 한다.
즉 인생과 사업, 일과 삶 간의 균형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모든 교실에 컴퓨터를 들여 놓자는 운동이 벌어졌다.
물론 컴퓨터가 있으면 좋다.
하지만 컴퓨터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컴퓨터는 하나의 협력자일 뿐이다.
교실에는 시(詩)도 필요하다.
예술.문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균형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올초 한국경제신문에서 번역 출판한 저서 '하이테크 하이터치'에서는 이 점을 강조했다.
하이테크는 첨단기술, 하이터치는 인간성을 뜻한다.
문화와 기술은 함께 발전해 나가야 한다.
기술의 도입과 인간의 대응은 상호작용해야 한다.
21세기 초에 가장 성공한 제품들은 '하이테크 하이터치' 제품들이다.
폴크스바겐의 뉴비틀이 대표적인 예다.
인간특유의 감성적인 향수를 새로운 자동차 기술과 조합시킨 성공적인 작품이다.
애플의 i맥도 신선한 디자인으로 대히트를 친 제품이다.
i맥의 특징은 50년대 TV수상기와 비슷하다는 점이다.
스위스 스와치 시계도 마찬가지다.
첨단기술과 예술을 결합시켰다.
스위스가 일본 시계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지고 있었을 때 니콜라스 하이예크(현 스와치그룹 회장)어라는 천재가 나왔다.
그는 사람없는 공장에서 시계를 만드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그의 천재성은 마케팅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했다.
생산개수를 모델당 3만5천개로 제한했다.
희소성을 마케팅의 포인트로 삼아 저가시장의 희소성(scarcity of low-end)을 창조해낸 것이다.
더욱이 스와치는 유명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이 디자인하고 있다.
이런 하이테크 하이터치 제품의 최대 특징은 개인화(personalization)다.
이런 점에서 정부기관인 캐나다 우편국의 혁신은 놀랍다.
캐나다 각 우체국은 지난해 5월부터 맞춤우표를 도입했다.
동네 우체국에 가서 자신의 사진이나 아이들, 애완동물 등의 사진을 찍으면 그것을 우표로 만들어 준다.
정부기관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파리에 내가 좋아하는 식당이 하나 있다.
저녁을 먹으러 가서 컴퓨터에 주문메뉴를 입력하면 그날의 수요에 따라 가격이 계산돼 나온다.
물론 값이 쌀수록 좋을 것이다.
선물시장과 비슷하다.
며칠후의 저녁예약을 할 때도 미리 계산을 해본 뒤 가격이 맞으면 예약을 하고 안 맞으면 하지 않으면 된다.
일본 도쿄에는 식사시간에 따라 분 단위로 가격을 계산하는 뷔페식당이 성업 중이다.
식당에 들어가면 타임카드를 펀치한 뒤 음식을 담아서 먹고 나올 때 다시 타임카드를 찍는다.
이 시간에 따라 분당 45엔씩 계산하는 것이다.
현재 도쿄에는 이런 식당이 2백여개나 있다.
영국 버진 애틀랜틱 항공의 창업자인 리처드 브랜슨은 하이테크 하이터치가 뭔지 이해하는 사람이다.
그는 화물칸을 고쳐서 12개의 침실을 만들었다.
더블베드가 있는 침실도 있다.
다른 비행사도 같은 기술을 갖고 있었지만 브랜슨 사장만의 하이터치로 새로운 상품을 만든 것이다.
경쟁사와 기술이 비슷한 수준이라면 차별화 방법은 하이터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난 수년동안 정보기술(IT)이 초점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중요한 기술은 유전공학이다.
유전공학은 첨단기술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분야가 될 것이다.
정리=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