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협으로 다섯번째로 접근하던 북한 상선 청천강호가 공해로 빠져나감에 따라 영해 침범 및 북방한계선(NLL) 무단통과를 둘러싸고 고조됐던 남북간 긴장국면이 일단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지난 4일 오후 독도 영해 1마일 앞까지 다가왔던 또 다른 북한 선박도 해경의 요구를 수용, 영해 밖으로 항해한 것도 이번 사태의 '1막'이 끝났음을 의미한다. 북한은 상선 4척을 동원, 밀어붙인 끝에 사실상 제주해협 통과권을 얻어내는 엄청난 성과를 올린 반면 남한은 '체면'만 구긴 채 고작 햇볕정책의 기조를 유지하는데 그쳤다. 정부와 군 당국은 이번 사태에서 △우리 영해를 침범한 북한 선박에 대해 정전규칙에 따라 단호히 대처하지 못했고 △청진2호가 우리 관할지역을 거쳐 서해 NLL을 넘는 것마저 허용했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물론 남북의 혈맥으로 평가받는 경의선 연결 및 도로 개설 작업이 중단된 상황에서 제주해협을 통한 남북 해상 수송로 개설은 비용 및 시간 절감이라는 경제적 효과 외에도 사실상 중단된 남북관계에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남북 당국자 회담 등을 통해 착실히 추진해야 될 사안을 북한의 돌발 행위에 밀린 나머지 졸속 처리한 점은 말썽거리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국방부와 합참은 5일 이같은 비난을 의식하듯 침통한 분위기속에 국민에게 사과한다는 뜻을 전했다. 이와함께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해경정과 대홍단호간의 교신내용을 전하며 북한측의 우리 영해 인정 사실을 소개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켰다. 최승욱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