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세계의 문학' 1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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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세계의 문학'이 여름호로 통권 1백호를 맞았다.
1976년 가을 창간된 이래 4반세기 동안 단 한번의 결호도 없이 발행된 셈이다.
1966년 창간된 '창작과 비평' 70년에 나온 '문학과 지성'(현 '문학과 사회')이 각기 참여와 순수라는 한가지 선명한 색깔을 견지한 것과 달리 '세계의 문학'은 국내외의 다양한 문학과 사회 조류를 아우르는 종합적 인문주의를 지향했다.
그 결과 상업성과는 거리가 멀었음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한 목소리를 냈다.
창간 이래 줄곧 발행인(박맹호)과 편집인(초기:김우창 유종호)이 분리된 형태로 운영돼온 것도 특징이다.
아울러 창간초부터 '오늘의 작가상'을 만들어 역량있는 작가를 발굴 육성해왔다.
소설가 한수산 박영한 이문열 조성기 강석경, 시인 김광규 김명수 최승호가 모두 이 상의 수상자들이다.
81년엔 김수영문학상을 제정, 유파에 관계없이 시상함으로써 우리 시단을 풍성하게 만드는데 기여했다.
또 해외문학에 대한 꼼꼼한 소개로 노벨문학상 발표 때마다 자료실 역할을 톡톡히 했다.
동시에 '세계에 대한 바른 해석과 창조를 위하여'라는 제하의 창간사에서 천명했듯 매호 국내외의 지적 동향을 총괄하는 특집을 통해 인문 사회과학 전반의 흐름을 전달했다.
창간호에 골드만의 '소설사회학을 위한 서론'과 곰브리치의 '예술형식의 기원'을 소개한데 이어 2호부터 10년간 아우얼바하의 '미메시스'를 번역 연재했고, 81년엔 도올 김용옥의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를 실었다.
80년대 말 국내의 인문 사회학도들에게 미셀 푸코와 후기 구조주의를 안내한 것도, 91년 최장집의 동유럽기행 '전환과 태동'을 게재한 것도 이 잡지다.
문학과 인문학의 총체적 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은 지금, '세계의 문학' 창간사는 새롭게 읽힌다.
"우리는 '세계의 문학'이 우리 사회의 창조적 주체성을 회복하고 그것을 풍부하게 하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역사와 사회를 깊고 날카롭게 이해하고 이것이 창조의 원동력이 되도록 하기 위해 역량과 사정이 허락하는 한 모든 것을 공동토의의 대상이 되게 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