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의 의심되는 증상에 대해 위험성이 크다는 이유로 검진과 치료를 하지 않은 채 인공호흡 등 심폐소생술만 계속하다 환자가 사망했다면 의료상 과실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재윤 대법관)는 6일 지난 93년 폐혈전색전증으로 숨진 나모(당시 37세.여)씨의 남편 황모씨 등 가족 5명이 "병원측이 적절한 치료를 하지 못해 환자가 숨졌다"며 Y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K학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의료상 과실로 볼 수 없다"며 원고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숨진 나씨는 사망 하루전 제왕절개로 출산한 비만한 산모로 폐혈전색전증이 발병할 위험성이 많았던 만큼 급성 호흡 곤란이 발생했을 때 병원측은 이를 의심하고 검진과 치료를 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병원측은 폐혈전색전증이라고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출혈위험이 높은 이 증상에 대한 치료를 시행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다소 위험이 있다고해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환자를 적절히 치료하는 것이 타당했던 만큼 이는 환자에게 정확한 진단과 조치를 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황씨는 93년 6월18일 Y병원에서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한 부인 나씨가 다음날 오후 갑작스런 복통과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다 혼수상태에 빠졌으나 병원측이 심폐소생술 외에 다른 치료를 하지 않다가 나씨가 숨지자 소송을 냈다. (서울=연합뉴스) 권혁창기자 fai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