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회피지역에 국적을 둔 '얼굴없는 자금'이 국내 증시에 몰려오고 있다. 케이만군도 버진아일랜드 등 역외펀드(off-shore funds)가 국내증시에서 두번째 큰 손으로 등장했다. 6일 금융감독원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케이만군도 등 8개 조세회피지역 투자자는 지난 5월 한달동안 국내 상장주식 3천5백18억원어치(3천75만주)의 매수우위를 보였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 전체 순매수금액(1조2천8백1억원)의 27.48%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외국인 순매수 금액중 역외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월 14.39%에서 4월엔 7.59%을 기록했다가 5월에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역외펀드는 뮤추얼펀드가 주종을 이루는 미국계(5월 한달 순매수 6천4백50억원)에 이어 두번째 큰 손으로 부상했다. 국적별로도 케이만군도(1천2백18억원)와 버진아일랜드(1천82억원) 룩셈부르크(9백77억원)등 조세회피지역국가가 순매수 상위 2∼4위를 차지했다. 이는 5월 한달동안 단타매매 성향이 강한 헤지펀드 등 상당수 역외펀드 자금이 국내증시가 저평가됐다고 보고 주식 투자를 크게 늘린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역외펀드란 세금 또는 행정규제 자금조달의 제약을 피하기 위해 주식투자대상국이 아닌 제3국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조성된 돈을 말한다. 역외펀드 자금중에는 순수 외국인 뿐 아니라 국내자금이 외국자금으로 둔갑한 '검은 머리 외국인'도 일부 섞여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연초 주가가 상승했던 지난 1월에는 말레이시아 라부완과 룩셈부르크 아일랜드 등이 역외펀드 매수세력의 주축을 이뤘으나 5월에는 케이만군도와 버진아일랜드가 중심이 되고 있다. 이옥성 엥도수에즈WI카증권 서울지점장은 "외국인들은 지난 5월 철저하게 실적이 좋아지는 종목을 집중매수했다"며 "역외펀드 자금은 국내주식을 팔더라도 기회가 오면 다시 대량으로 사들이는 성향이 있다"고 말했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