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철강수입 규제 착수] 부시, 산업피해조사 긴급지시 배경.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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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철강수입규제 조치에 정식 착수함으로써 국제무역 전선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수입 철강으로 인한 철강산업피해 여부를 조사하라고 긴급 지시한 것은 예상을 뛰어넘은 고강도의 조치다.
이 지시로 외국 철강업체들에 대한 미국의 규제는 거의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이에따라 미국과 철강 수출국들간의 통상 분쟁이 격화되고 자동차와 조선 등 다른 분야로 국제무역 마찰이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새로운 다자간 무역자유화 협상인 뉴라운드 출범도 장담할수 없게 됐다.
◇ 조사 지시 배경 =미 철강업계가 고사 상태에 빠져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97년 이후 지금까지 18개의 미 철강업체들이 파산하거나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미 철강업계는 외국 철강업체들의 덤핑 수출로 국내 시장을 크게 잠식당한 데다 철강 가격이 급락,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며 정부측에 철강산업 회생조치를 취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해 왔다.
빌 클린턴 전 행정부에 비해 친기업 성향이 강한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철강업계와 의원들의 철강산업보호 요구는 더욱 거세졌다.
이와 함께 제임스 제퍼즈 의원의 공화당 탈당으로 상원의 주도권이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넘어가기(6일) 전에 철강 문제에서 공화당 정부가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속셈도 부시 대통령의 갑작스런 조사지시 이유중 하나로 꼽힌다.
◇ 최종 조치는 =각국별로 철강수입 쿼터를 정하거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대미 철강수출국들에 압력을 넣어 겉보기에는 자율적이나 실제로는 강제적인 자율수출규제협정(VRA)을 체결할 가능성도 있다.
통상 전문가들은 이중 철강수입 쿼터제를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이미 미 의회에는 이같은 내용의 '철강산업 부활법안(Steel Revitalization Act)'이 제출돼 있다.
이 법안은 철강 수출국들에 대해 앞으로 5년간 대미 수출량을 지난 97년 이전 수준으로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율의 반덤핑관세 부과도 가능성이 높은 조치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스테인리스철강 등 여러 제품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 왔다.
철강 수출국들에 대한 수출자율규제 및 생산감축 요구도 나올 수 있다.
부시 행정부는 ITC가 산업피해 여부를 조사하는 동안 철강 수출국들과 개별 협상을 벌여 대미수출 축소 및 철강생산 감축 합의를 이끌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 영향과 파장 =철강수출 분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부시 대통령의 이날 발표 직후 파스칼 라미 유럽연합(EU) 대외무역담당 집행위원은 "매우 나쁜 소식"이라며 다른 철강 수출국들과 공동 전선을 구축해 대응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수입품에 의한 국내 산업피해에 따른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는 절차와 이유에 하자가 없는 한 WTO가 인정하는 조치다.
따라서 다른 나라들도 미국의 조치에 맞서 유사한 무역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
이때 불똥은 철강산업을 넘어 조선이나 자동차 등 다른 분야로까지 튈 수 있다.
이 경우 국제 무역마찰이 심화돼 WTO의 뉴라운드 출범이 불가능해지거나 몇년 뒤로 늦춰질 수도 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