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조광조' 최근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이같은 제목을 단 네티즌들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정풍(整風)파문의 핵심인물로 떠오른 정 위원이 요즘 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되는 사극(史劇)의 조광조와 여러모로 유사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당내 기반이 취약하고 무모할 정도로 당 핵심부에 반기를 든 정 위원이 '제2의 기묘사화'로 설 자리를 잃을까 걱정된다"며 "정풍운동이 성공을 이루려면 당내 지지기반을 확충하고 전국적 당원들의 의견을 결집시켜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상층부에 전달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정 위원의 행보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반론을 펴는 글들도 상당수 있다. 어쨌든 정 위원을 비롯한 개혁소장파 의원들이 인적쇄신등 전면적 당정개혁을 요구하는 모양새가 5백년 전의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는 점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조광조(1482∼1519년)는 당시 막강 권력을 휘둘렀던 중종반정 공신들과 훈구파에 맞서 급진적인 개혁정책들을 추진하고 군주에 대한 직언도 서슴지 않았던 이상주의적 정치가. 백성들의 지지를 한몸에 받은 반면 기득권을 유지하려던 반개혁세력들에는 눈엣가시같은 존재였다. 결국 거짓 공신들을 공훈명부에서 빼야 한다는 위훈삭제(僞勳削除)사건을 계기로 훈구 공신파들이 주초위왕(走肖爲王,조씨가 왕이 된다)이라는 유언비어를 퍼뜨려 조광조를 축출(기묘사화)하기에 이른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