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경쟁력을 차별화하지 않으면 5년 뒤에는 생존 자체가 어렵다" 기업들이 이같은 판단에서 외환위기 이후 인력감축과 사업부 매각 등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한 평면적인 구조조정에서 벗어나 미래 수익원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사업구조 재조정에 나섰다. 초점은 기존 수익사업의 전면 재검토와 함께 주력사업을 재설정, 기업 이미지를 전면 쇄신하는데 맞춰져 있다. ◇ 삼성 =이건희 회장은 얼마전 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전자계열 사장단과 회의를 갖고 "지금까지는 단순 평면적 구조조정으로 생존이 가능했으나 이제부터는 5∼10년 후의 주력 상품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될 때"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따라 반도체의 경우 2백56메가 D램의 주력 제품화를 앞당기고 비메모리의 비중을 절반 이상 끌어올릴 계획이다. 생활가전(백색가전) 사업의 경우 전면적인 재검토 작업에 이미 착수했다. 지난달말 이재용 상무보가 있는 전략기획실 산하에 '가전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팀'을 구성, 생산기술 및 제조와 영업 등 전 분야에 걸쳐 사업성 평가작업을 벌이고 있다. 외부 컨설팅기관으로부터 자문도 받아 오는 8월말까지 분사나 사업부별 통폐합 등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대표적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도 매킨지 컨설팅 보고서가 나오는 대로 신상품 기획력을 보강하고 영업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에 착수키로 했다. ◇ LG =구본무 회장이 연초 "현금흐름 중시의 경영에 나서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후 사업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있다. LG전자는 디스플레이와 정보통신 사업을 승부 사업으로 선정하는 등 '사업전략 재조정' 작업에 들어갔다. 이를 위해 LG경제연구원과 함께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패스파인더'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며 이달말까지 세부적인 사업전략 및 실행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CRT(브라운관), LCD(액정표시장치), 벽걸이TV에 사용되는 PDP, 완전컬러 동영상 구현이 가능한 유기EL 등을 '세계 1위 사업군'으로 집중 육성키로 했다. 비교적 경쟁력이 떨어지는 PC와 노트북은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사업을 전환키로 했다. LG생활건강도 흑자 사업이긴 하지만 전.후방 사업이 없어 비핵심 사업으로 분류된 당알코올 사업을 매각했다. ◇ SK =제조업체에서 마케팅 전문기업으로의 변신을 추구하고 있다. 향후 5년간 계열사별로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다는 내용의 '태스크 2000' 프로젝트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SK 계열사들은 이를 위해 인터넷에 기반을 둔 새로운 차원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거나 신제품 신기술 등 기존 사업을 개선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 SK 관계자는 "SK(주)의 OK캐쉬백 사업이나 공장운영기술 수출사업은 뉴 비즈니스의 대표적 모델로 이미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앞으로 이같은 뉴 비즈니스 모델이 계열사별로 속속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한화 =종합화학회사에서 벗어나 금융 및 유통 레저.관광 등의 사업부문을 크게 강화하기로 했다. 한화는 이에 따라 석유화학 종합화학 화약 등 기존 주력 사업은 이미 성숙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판단, 현상을 유지하되 금융부문 계열사인 한화증권과 한화투자신탁운용의 사업을 강화하고 대한생명을 인수해 금융업을 21세기 성장축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금융 못지않게 무게를 두고 있는 분야는 유통 및 레저. 국내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레저 부문에선 엔터테인먼트와 캐릭터 사업을 대폭 보강, 세계적인 '레저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유통은 갤러리아 백화점의 고품격 이미지를 강화해 다른 업체와의 차별화에 중점을 두기로 했으며 화학은 기존 범용제품 위주에서 벗어나 신소재 개발 등을 통한 고부가가치화에 집중 투자한다는 전략이다. ◇ 두산 =발전설비 등 중공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한다는 방침 아래 맥주를 비롯한 소비재 부문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OB맥주의 지분 50% 가운데 45% 정도를 외국의 투자회사에 넘기는 협상을 진행중이다. 대신 미국 웨스팅하우스사와 컨소시엄을 구성,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전기공과 한국전력기술의 매각 입찰에 참여했다. 이들 기업을 인수해 발전설비의 설계에서부터 생산, 유지보수까지 일관체제를 갖추겠다는게 두산의 복안이다. ◇ 한솔 =한솔제지는 환경엔지니어링 생물산업 등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 오는 2005년까지 이 부문에서 전체 매출의 2%인 4천억원을 올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보유중인 아시아 최대 신문용지 회사 팬아시아페이퍼 주식을 4천6백억원에 매각하고 신문용지 사업에서 철수키로 했다. 한솔케미언스도 영국 바이오 벤처에 지분 출자하고 생명과학부문 투자금액을 대폭 늘리는 등 생명과학분야 투자에 나섰다. < 산업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