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지수 600선을 회복하며 시장심리 속 불씨를 살려냈다. 삼성전자가 모처럼 앞장섰다. 삼성전자는 그 동안의 부진을 씻어내기라도 하듯 엿새만에 반등했다. 저가인식에 따른 외국인의 매수우위 전환에 힘입었다. 올 하반기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리라는 반도체산업협회(SIA)의 낙관론이 반등의 배경으로 지목됐다. 여기에 순환매 공세를 받은 건설주가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며 반도체 주와 함께 시세를 주도했다. 참치주, 조선주 등 재료 보유 개별 종목의 약진세도 누그러들지 않으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불씨가 타오를 지 판가름할 인텔의 실적 전망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국내 증시는 목요일 뉴욕의 등락보다는 장 종료 후 인텔의 전망에 더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에 앞서 뉴욕증시는 통신용 반도체칩 업체 브로드콤의 실적경고, 그리고 장중 내셔널 세미컨덕터의 실적발표 등에 따라 움직일 전망이다. 한편 다음주 굵직한 이벤트를 앞둔 금요일이라는 점에서 거래참여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다음주는 14일 더블위칭데이에 이어 15일 하이닉스 DR 발행가 결정, 대우차 MOU 체결 등 구조조정과 관련한 일정이 예고돼 있어 긴장을 늦추기 어렵다. ◆ 돌아온 인텔 = 지난 4월 17일 인텔은 반도체 경기가 안정궤도에 접어들었으며 하반기에는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며 전세계 증시에 랠리를 선사했다. 이른바 ‘인텔 효과’에 의한 파도타기 장세가 태평양에 이어 대서양을 건넜던 셈이다. 그러나 인텔의 이번 실적 전망은 지난 4월과는 판이할 것으로 전망돼 투자자들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고 있다. 인텔은 당시 1/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2분기 매출은 62억~68억 달러로 전망했다. 이번에는 PC산업 둔화로 인해 인텔이 전망치를 낮춰잡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메릴린치는 인텔이 전망했던 밴드의 하한보다 낮은 62억 달러에도 못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고 골드만 삭스 역시 좋은 상황은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더욱이 경쟁업체인 AMD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려 시장점유율 마저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상황은 의외로 비관적일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인텔이 전망치 수준을 맞춘다면 시장에 큰 충격을 없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주장도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2분기 실적 악화에 대한 전망이 충분했으며 주가도 이를 충분히 수용했다는 ‘선 반영론’인 셈이다. ◆ 불안한 급등 = 이날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1만1,000원, 5.41% 급등한 21만4,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상승률은 지난 4월 30일 5.53% 이후 최근 5주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더욱이 최근 매도 공세를 퍼부었던 외국인이 이날 엿새만에 처음으로 690억원 매수 우위를 기록하는 등 삼성전자에 대해 재차 관심을 기울이자 시장의 눈길은 온통 삼성전자로 쏠렸다. 특히 지난 5일 1,076억원 대규모 매도 직후 관찰된 포지션 변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지영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삼성전자 등 반도체 관련주에 대한 외국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며 "이들의 저가매수세는 향후 추가 하락시에도 낙폭이 깊지 않을 것임을 방증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날 삼성전자의 급등에 대해 시장관계자들은 기술적 반등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SIA의 반도체 경기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더해졌고 더구나 전날 메모리 반도체 현물가가 두 달여 만에 반등하며 상승폭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국내 증시가 휴일이었던 6일 삼성전자 DR이 강세를 보였다는 점도 이날 외국인 매수세를 자극했을 것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반도체 경기에 대한 전망이 계속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는 반짝 급등에 그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마케팅 담당 임원은 대만서 열린 컴퓨터 전시회에서 D램 경기 회복 시점을 내년 하반기로 예상, SIA의 전망을 무색케 했다. 또한 SIA가 올해 세계 반도체 매출 성장률을 당초 22%에서 마이너스 14%로 급선회한 점도 걸리는 대목이다. 결국 미국 증시, 그 중에서도 IT 부문에서의 기업 실적 개선 전망이 나오지 않는 한 삼성전자는 강세를 이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경닷컴 임영준기자 yjun19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