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재미...배울 것도 많아요..'고시랑고시랑 옛날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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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힘을 키워주는 우리 이야기 시리즈 첫권 "고시랑고시랑 옛날얘기 도란도란 요즘얘기"(강승귀 편저,창조문화,7천원)가 나왔다.
이 책에는 스물한가지 이야기의 줄거리와 거기에 담긴 의미가 구분돼 실려있다.
흥미와 교훈이 적절하게 조화된 해설은 자녀의 감성과 인성을 함께 다듬어줄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여기에 "논어""탈무드""성경""채근담"등 동서양 고전의 주요 부분을 뽑아 접목시켰다.
평범한 얘기에 인류의 정신문화의 나침반인 고전명문을 녹여낸 것이다.
부드럽고 정감있는 컬러 삽화가 책읽는 맛을 더욱 돋워준다.
"산중호걸 호랑이와 토끼"얘기를 먼저 보자.
어리석은 호랑이가 토끼를 잡아먹으려다 더 많은 먹이를 구할 수 있다는 토끼의 꾐에 빠져 대나무밭에 앉아 있다가 불이 붙는 바람에 혼비백산하고,얼음구멍 사이로 꼬리를 내린 채 하루 종일 기다리다가 꽁꽁 언 꼬리를 자르고 허둥지둥 도망간다는 우화다.
이것은 책 뒤에 실린 해설 편에서 우직함과 현명함의 교훈으로 설명된다.
"숲에 있는 사슴 한 마리보다 수중에 있는 토끼 한 마리가 낫다"는 속담처럼 당장 눈앞의 토끼를 두고 무리하게 욕심을 부리다가 꼬리만 잘린 호랑이.
남의 말을 섣불리 믿고 파멸에 이르는 위험과 스스로의 의지력으로 일어서는 것의 차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공자의 일화와 연결시킨다.
위나라로 가기 위해 포 지역을 지나던 공자가 협박을 받고 억류됐다가 풀려난 뒤 "약속"을 어기고 위나라로 들어간 일.
그것은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 아니라 생명의 위협때문에 억지로 맹세한 것에 불과하니 대들다가 목숨을 잃는 것보다 현명한 처신이었다는 얘기다.
신분의 격차를 극복하지 못한 송구봉과 율곡의 사례를 통해서는 "논어"의 유익한 친구 셋과 해로운 친구 셋 구절을 일깨워준다.
"정직하고 성실하며 아는 것이 많은 벗과 사귀면 유익하고,생각이 좁고 굽신거리며 빈 말 잘하는 사람과 사귀면 해롭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우도록 한다.
"하룻밤 사이에 머리가 하얗게 센 까닭""발 씻겨주는 어머니""암행어사와 원님 놀이 하는 아이""천자의 그릇과 왕의 그릇"등 다른 이야기들도 재미있다.
편저자는 "자녀와 길을 걸을 때 아이의 보폭에 맞춰 걸음을 조절하듯이 이야기를 통한 교육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면서 "자녀의 등대인 부모가 말로만 가르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줄 때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