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정보통신업체 CEO(최고경영자)들에겐 한국이 해외출장길에 빠뜨릴 수 없는 곳으로 인식됐다. 이를 반영하듯 올들어 저명한 CEO들의 한국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최근 2~3개월 동안에만 20여명의 유수업체 경영자들이 한국을 다녀갔다. 찰스 왕 컴퓨터어소시에이츠 회장,피터 롤리 IBM 비즈니스파트너 사업본부장(전 한국IBM 사장),존 첸 사이베이스 회장,마이클 룻거스 EMC 회장,어판 알리 컴웍스 사장,폴 오텔리니 인텔 아키텍처그룹 수석부사장,하워드 차니 시스코시스템스 수석부사장,맥 휘트먼 e베이 사장,단 슈락 퀄컴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한국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한국의 산업 인프라는 궁극적으로 인터넷 기반으로 전환될 것이다. 한국의 인터넷 보급률은 인구의 50%를 넘어서고 있으며 성장속도는 미국보다 더 빠르다"(하워드 차니 시스코 수석부사장) "한국은 지난 1.4분기 매출 성장률이 어바이어의 전세계 매출 성장률을 앞질러 본사에서는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장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국은 일본과 더불어 아시아의 전략적 요충지로 떠올랐다"(돈 피터슨 어바이어 부회장) "한국 시장은 일본,중국에 이어 아시아에서 세번째로 클 뿐만 아니라 성장률도 높아 아주 중요한 시장이다"(존 첸 사이베이스 회장) 이처럼 국내 정보통신 시장의 성장성이 높게 인식되면서 외국 업체들의 발걸음도 어느때보다 분주하다. 이동통신 시장을 둘러싼 해외업체들의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한국통신 자회사인 KT아이컴이 실시한 비동기 IMT-2000 장비 공급제안서 접수에는 루슨트테크놀로지스 모토로라 에릭슨 노키아 NEC 알카텔 노텔 등 거대 장비업체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번 입찰 물량은 초기 시험서비스용으로 1천억원대지만 입찰결과는 향후 예정된 본 서비스용 장비 입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세계적인 통신장비업체들이 대거 이번 입찰에 참여한 것은 향후 수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국내 IMT-2000 장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기술력에서 국내 업체들보다 한단계 앞선 해외 업체들이 사실상 비동기 IMT-2000 장비시장을 독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최대 휴대폰 메이커인 노키아가 최근 처음으로 한국시장에 휴대폰 단말기를 출시한 것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노키아는 중견 단말기제조업체인 텔슨전자와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계약을 맺고 지난 3월부터 국내에 휴대폰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미 국내에 들어와 있는 모토로라와 경쟁하면서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메이커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통신망 장비분야에서 선두업체인 프랑스 알카텔도 KT아이컴 IMT-2000 장비 입찰 참여를 계기로 국내 사업을 크게 확장할 태세이다. 루슨트테크놀로지스에서 기업 네트워크장비부문이 분사한 어바이어도 최근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고 데이터네트워크와 콜센터 뿐 아니라 음성시스템 등의 분야를 적극 공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밖에 영국 브리티시텔레콤의 무선인터넷 자회사인 지니는 지난 5월초 국내 지사를 세우고 LG텔레콤과 공동으로 무선 포털,인터넷 게이트웨이 등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보통신 시장은 한국업체들 뿐 아니라 세계 유수의 업체들간의 경쟁의 공간으로 급속히 탈바꿈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