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지구라는 방' .. 김수이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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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이 < 문학평론가 whitesnow1@daum.net >
기네스북에는 지구상의 별의별 신기록이 올라있지만,그 중에는 '오랫동안 청소 안하고 살기'기록도 있다.
미국의 한 남자는 몇년동안 청소를 하지 않고 쓰레기를 방안에 버리며 살고 있다고 한다.
쓰레기의 지독한 악취 때문에 코까지 마비되었다고 한다.
그는 대식가여서 매일 버리는 음식쓰레기만도 보통 사람의 배가 넘는다고 한다.
그는 곧 쓰레기에 방을 내주거나 대대적으로 청소를 하거나 최종결정을 내려야 할것이다.
자신의 방은 청소하지만 공유한 방을 깨끗이 하는 일에는 별 관심이 없다.
'지구'라는 하나뿐인 방을,쓰레기 더미에서 사는 대식가처럼 무제한으로 어지럽히며 산다.
현대문명이 꽃핀 1백여년간 인간은 '필사적으로' 지구를 쓰레기 처리장으로 만들며 살고 있다.
치우지 않으면 어질러진다.
안타깝게도 치워도 어질러진다.
거창하게 말하면,우주의 방향은 단순함에서 복잡함으로,사용 가능한 에너지 상태에서 사용 불가능한 에너지 상태로,질서에서무질서로 진행된다.
누구도 이 방향을 되돌릴 수는 없다.
오직 신만이 할 수 있으며 인간은 무질서의 증가 속도를 단지 '느리게' 만들 수 있을 뿐이다.
실제로 지구 자원은 점점 줄어들고 자연은 매순간 오염되며 인구는 무섭게 늘어난다.
세상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로 가득 차고 자연적으로 증가하는 '무질서의 양'(엔트로피)을 훨씬 초과하는 인공의 무질서가 마침내 인간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이처럼 위험한 삶의 방식이 또 있을까.
과학 유토피아를 표방하는 현대문명이 가장 비과학적인 존재방식을 살포하고 있다.
반면 동양의 전통 사유는 현대 물리학이 발견한 우주의 법칙을 오래 전부터 깊숙이 육화(肉化)하고 있다.
적게 먹고 적게 욕망하고 적게 소유하라는 불교의 가르침,무위자연(無爲自然)의 청정한 경지를 추구하는 도교의 지향점은 인간이 우주에 야기하는 무질서의 양을 최소화하려는 목적을 내장하고 있다.
불교나 도교의 가르침에 귀 기울이면서 자신이 초래한 부산물들을 한번쯤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만약 '나'라는 존재의 부산물이 세상을 어지럽히는데 기여하고 있다면 그것은 너무 슬픈 일이 아닐까.
혹시 그렇다면 지금과 다르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폭력적인 방식과는 다르게,다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