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좀더 날씬해질 수 있을까?" 젊은 여성들중 이런 고민을 한두번쯤 안해본 이가 없을 것이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 또는 직업상, 아니면 자기만족을 위해…. 대부분의 현대 여성들이 '다이어트를 해야만 하는 이유'를 각자 몇가지씩 안고 산다. 최근 한 여자연예인과 성형외과의의 '살빼기 논란'에 세인들의 뜨거운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서양복식사를 살펴보면 날씬한 몸매에 대한 강박증은 비단 현대인의 것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5천년 전 고대에도 있었다. 기원전 3천년께 크레타 문명을 일궈낸 크리트인들은 허리가 굵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어렸을 때부터 코르셋-벨트를 착용했다. 벨트의 재료는 가죽이나 금속. 몸에 상처가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장자리가 동그랗게 제작되었다. 이것이 20세기 코르셋의 원조다. 가는 허리 때문에 여성들이 가장 고통당했던 시기는 16∼18세기다. 가슴이 노출되고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가는 대신 치마는 최대한 풍성하게 입었던 이 시대의 여성들은 '개미 허리'를 만들기 위해 목숨까지 걸었다. 당시 프랑스 궁정은 왕녀가 될 조건으로 여성의 허리가 33㎝를 넘지 말아야 할 것을 공표했고 이에따라 귀족여성들은 허리를 조이고 가슴을 받쳐 올려주는 속옷을 갖춰 입었다. 바스킨(Basquine) 코르피케(Corps-pique) 스테이즈(Stays) 등이 당시 대표적인 체형보정속옷 이름이다. 속옷의 재료는 나무나 뿔, 고래수염, 고래의 입천장뼈, 금속, 상아 등. 이 재료들을 두 장의 천 사이에 넣고 박은 다음 허리에 둘러 사용했다. 하인의 도움을 받아 허리를 조이는 과정에서 장파열이나 척추가 휘는 부작용을 겪거나 심지어 졸도사하는 여성들이 속출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여성들은 날씬한 몸매를 포기하지 않았다. 19세기에도 부풀린 스커트에 가는 허리가 돋보이는 드레스는 여전히 유행했지만 다행히 빳빳한 천 조각을 이어붙여 만든 '안전'한 코르셋이 고안돼 여성들의 건강을 지킬 수 있었다. 최근들어서는 아름다운 몸매를 만들기 위해 약물이나 수술 등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고래뼈보다 더한 위험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s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