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기업의 신용등급을 국가 등급보다 높게 매길 수 있도록 신용평가 시스템을 변경함에 따라 삼성전자 포항제철 등 국내 초일류 기업이 바뀐 제도의 적용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디스가 현재 국가등급 이상으로 신용등급을 조정하는 것을 검토중인 38개 기업의 명단에는 국내 기업이 빠져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포항제철은 무디스가 제시한 국가등급 이상의 신용등급 부여 조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 해외 생산 및 공급망을 갖추고 있는데다 수출을 통한 외화유입 규모도 크다.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은 물론이고 DR(주식예탁증서)나 채권이 해외 시장에 상장돼 있어 국제 자본시장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국내 신용평가기관의 한 관계자는 "이미 세계 일류 기업의 반열에 올라 있는 삼성전자와 포항제철의 경우 이번에는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조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다음번에는 등급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포철은 지난달 이미 무디스와 S&P에 국가등급 이상으로 신용등급을 올려 달라고 공식 요청해 놓은 상태다. 포철의 황태현 재무담당 상무는 "그동안 국가신용등급의 틀에 묶여 기업신용등급이 경쟁업체에 비해 낮게 매겨지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여러가지 손해를 봤으나 앞으로는 등급이 조정돼 이같은 불이익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포항제철은 영업 실적이 좋고 재무구조가 우량해 글로벌 기업으로서 손색이 없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국가 신용등급의 굴레에 묶여 낮은 등급을 받아왔다. 삼성전자의 경우 무디스는 Baa2,S&P는 BBB-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인 Baa2(무디스) BBB(S&P)와 같거나 한단계 낮다. 경쟁업체인 일본의 소니는 A+(S&P) Aa3(무디스)의 등급을 받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소니(1억3천4백만달러)보다 훨씬 많은 47억6천7백만달러의 순이익을 냈는데도 낮은 등급을 받았다. 지난 1월4일 기준으로 주식시장에서도 소니는 시가총액이 6백70억달러인 데 비해 삼성전자는 2백34억달러에 불과하다. 통상 기업의 국제신용등급이 한단계 오르거나 내려갈 때마다 해외 자금을 조달하는 금리가 0.20%∼0.25%포인트 차이난다는 점에서 국제 신용평가기관이 매기는 신용등급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국내 우량 기업들은 이런 점에서 무디스의 신용평가시스템 변화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무디스는 대상 기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