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장중 보합권내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이다가 이틀 내리 하락 마감했다. 달러/엔 환율의 발걸음을 동행하는 가운데 레인지 밖의 거래에 대한 경계감을 내비춰 안정세가 유지됐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1.40원 낮은 1,284.70원에 한 주를 마쳤다. 이달 들어 외환시장은 전강후약의 흐름을 타고 있다. 개장 전반 일부세력의 달러사자(롱)플레이에 의해 상승세를 타다가 어김없이 시간이 흐르면서 물량부담과 달러/엔 약세 등으로 내림세가 나타나는 것. 장중 움직임은 전날 마감가를 중심으로 한 보합권 장세가 주를 이뤘으며 변동폭도 크게 줄어들었다. 이번주 중 환율 진폭은 차례로 4원, 5원, 8.10원, 5.40원에 그쳤으며 마감가 기준으로 1,284.70∼1,286.70원의 좁은 범위에 꽁꽁 묶였다. 이번주 저점은 이날 기록한 1,283.10원, 고점은 7일 기록한 1,292.50원이었다. 주가 급등, 2,000억원을 넘어선 외국인 순매수 등 환율 하락요인이 우세했으며 수급도 적당한 수준을 유지했다. 다음주 환율은 하락쪽 의견이 우세하다. 시장주변여건이 이번주보다 호전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국내 증시가 좋아져 외국인 순매수 등이 늘고 엔화도 크게 약세로 갈 것으로 보이지 않는데다 월초 결제수요도 수그러들어 원화 강세가 예상된다"며 "거래 범위는 1,270∼1,290원으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의 딜러는 "위아래가 막히는 가운데 거래자들은 4∼50전 뜀뛰기에 나섰으며 수급보다 그때그때 엔화 움직임에 따라 환율이 이동했다"며 "외국인 직접투자자금 등 보이지 않는 물량부담이 있으나 구체적인 재료가 여전히 없어 큰 폭의 하락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어 "LG-필립스 물량 관련해 시장에서 여전히 루머가 돌고 있어 이가 명확히 드러나면 1,280원을 깨고 내려설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 변함없는 시장 재료 및 수급 = 달러/엔 환율은 대체로 정체된 움직임을 보였다. 7일 뉴욕장에서 별다른 요인없이 120.08엔에 마감한 달러/엔은 도쿄 오전장에서 큰 움직임없이 대체로 120.20엔대를 주무대로 했다. 오후 들어서도 이 선에서 정체된 움직임을 보이다가 오후 3시 이후 기지개를 펴며 아래쪽으로 조금 방향을 돌리기도 했다. 런던장에서 달러/엔은 한때 120엔 하향돌파를 시도했으나 이내 반등, 120.40엔대로 되오른 상태. 방향성을 여전히 찾기 힘든 흐름. 일본 경제에 대한 우려가 120엔을 지지하게 만들었으며 다음주 초 발표될 일본의 1/4분기 국내총생산(GDP)는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오카와 일본 재무상도 "2/4분기 경제상황이 전분기보다 악화될 것"이라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유로화는 전날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 금리를 현행 4.5%로 유지했으나 뉴욕에서 강세를 보여 85.09센트로 마감했으나 유로 경제성장 둔화 우려로 달러화와 엔화에 대해 약세로 돌아섰다. 유로/달러는 84센트선으로 하락했으며 유로/엔도 다시 101엔대로 밀렸다. 지난 5일 외국인 주식순매수분 잔여분 1억달러 가량이 역송금수요로 유입돼 환율 상승에 가담키도 했으며 오전중 모 외국계은행이 2억달러 가량 매수에 나서기도 했으나 1,290원을 넘지 못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업체들은 1,284∼1,285원선에서는 정유사를 중심으로 한 결제수요에, 1,286원 이상에선 네고물량으로 버텼다. 역외세력은 달러/엔의 정체흐름에 맞춰 관망세에 초점을 둔 모습.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환율은 전날보다 0.90원 오른 1,287원에 출발, 이내 1,285.50원까지 밀린 뒤 역송금수요와 모 외국계은행의 달러사자(롱) 플레이로 반등, 1,288.50원까지 올라선 뒤 강보합권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이후 환율은 모 시중은행이 1억달러 가량의 네고물량 출회로 1,284.80원까지 저점을 낮춘 끝에 1,285.50원에 오전 거래를 마쳤다. 오전 마감보다 0.30원 낮은 1,285.20원에 오후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개장 직후 1,284.80원까지 내려선 뒤 차츰 되올라 보합권에서 한동안 각축을 벌였다. 오후 3시 이후 달러/엔이 조금씩 되밀려 120엔을 위협하자 달러/원도 되밀리면서 의외로 1,283.10원을 저점으로 찍은 뒤 1,283∼1,284원선을 오르내렸다. 장중 고점은 1,288.50원, 저점은 1,283.10원으로 하루 변동폭은 5.40원이었다. 이틀 내리 순매수를 이은 외국인은 강력한 매수세를 보였다. 거래소에서 2,211억원의 순매수를 기록, 지난달 22일 3,018억원이후 가장 규모가 컸다. 반면 코스닥시장에서는 열나흘째 순매도세를 보이며 9억원의 매도우위를 나타냈다. 이날 외국인 순매수는 외환시장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못했으나 다음주 초 달러 공급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 주가도 이날 인텔이 불어넣은 반도체 경기회복 기대감을 덧붙여 전날보다 20.64포인트, 3.43% 급등한 621.78로 마감했으며 코스닥지수는 80.27로 2.63포인트, 3.37% 상승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0억8,80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8억3,83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8억180만달러, 3억6,030만달러가 거래됐다. 9일 기준환율은 1,285.80원으로 고시된다 한편 4월말 현재 우리나라 총외채가 9개월째 줄어 외환위기 이후 가장 적은 1,292억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전달보다 6억달러가 줄어든 수준이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