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의 두번째 화려한 외출. 목요일 장 종료 후 인텔은 이번 분기 매출이 당초 예상한 폭 안에 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통신관련 부문은 여전히 취약하지만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안정되고 있어 하반기 실적이 호전되리라고 기대했다. 이같은 전망과 기대는 반도체산업협회(SIA)의 하반기 반도체 경기반등 낙관론과 맞물렸다. 상승효과는 나스닥 지수선물을 치올렸고 8일 국내 증시는 뉴욕에 앞서 인텔효과를 만끽했다. 그러나 확대해석은 곤란하다. 우선 지난 4월 17일 인텔은 "마이크로세서 부문이 안정되고 있어 이번 분기 말 호전 기미가 나타날 것"으로 진단했다. 분기 말이 임박한 현 시점에서 과연 호전 기미를 봤는지, 아니면 앞으로 3주 동안 볼 지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또 매출 62~68억달러를 비롯, 당시 전망을 유지한다고 했지만 매출이 이 띠의 하단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전망을 하향하지 않았기 때문에 호재라는 반응들이었다. 하지만 당시 기대가 위로 치우쳐 있었다는 점은 간과됐다. 이번 기대도 그럴 소지가 다분하다는 해석도 배제할 수 없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인텔의 상승 모멘텀에 다소 과도하게 반응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거시 경제지표나 반도체경기는 재료가 되겠지만 이날 인텔의 발표만으로 재료가치는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울증권 권혁준 연구원은 "PC나 통신 쪽에서 반도체 수요 증가 신호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과연 인텔의 전망이 추세를 바꿀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목요일 뉴욕증시는 반도체주 중심으로 선취매성 매수세가 몰리며 동반 반등했다.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급증, 브로드콤과 내셔널 세미컨덕터 등 다른 반도체업체의 실적저조 등 악재는 먹히지 않았다. 투자자는 붐비지 않았지만 늦기전에 강세에 올라타려는 열기는 뜨거웠다. 금요일 뉴욕증시도 인텔의 전망을 반영하며 이틀째 강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 20포인트 급등 =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20.64포인트, 3.43% 급등한 621.78에 거래를 마감했다. 금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강세를 놓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되며 엿새 만에 거래량 4억주를 넘어섰다. 전날 매수세가 삼성전자와 건설주, 일부 금융주에 국한되면서 소폭 상승에 그친 반면 이날은 대부분 종목으로 매기가 확산되면서 전업종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장세는 외국인이 주도했다.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2,210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달 22일 이후 최대규모다. 지수선물도 만기가 나흘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신규매수 포지션을 확대하며 4,861계약을 순매수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자금의 선순환이 일어나지 않으면서 기관이 기능을 상실해 외국인 쳐다보기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달 말 국민연금이 유입되기전까지 이같은 현상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대우의 이 팀장은 "지난 4월에 나타났던 외국인매수를 펀더멘탈 향상으로 착각한 현상이 되풀이되선 안될 것"이라며 "뉴욕증시가 안정되지 않은 만큼 외국인 자금은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 지뢰밭 = 다음주 증시의 키포인트는 역시 삼성전자다. 대장주로써의 힘을 유감없이 보여준 삼성전자가 시세 연속성을 확보할 경우 지수는 탄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틀 급등이 부담스러운 데다 인텔을 제외한 첨단기술주 실적은 부진한 양상이어서 추가 상승폭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LG의 황 팀장은 "시장이 안정권에 들었다고 하지만 IT쪽에서 특별한 징후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곳곳에 기업실적 악화라는 지뢰가 도사리고 있어 이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장세가 연출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다음주에는 장세에 영향을 미칠만한 묵직한 요인이 산재해 있다. 12일 민주노총의 총파업, 13일 김대중 대통령 국정개혁 구상 발표, 14일 선물옵션만기, 15일 로 예상되는 GM의 대우차 인수 MOU 제출과 14일과 하이닉스 GDR 발행가 결정 등 굵직굵직한 재료들이 기다리고 있다. 뉴욕에서는 기업실적과 함께 소매매출, 물가지수 등이 발표되고 목요일은 트리블위칭데이를 맞는다. 반도체 현물가격은 바닥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고, 이라크 원유수출 중단으로 인한 유가불안도 부담이다. 시장에서는 해외에서 지수를 620까지 올려 준 만큼 전고점인 632 돌파를 위해서는 하이닉스와 대우차 등 국내 구조조정이 가속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미 낡은 재료인 만큼 개별 종목에 그치지 않고 시장에 힘을 넣기 위해선 구체적인 사안이 유리하게 나와야 할 것이다. 지난번 GM의 인수제안서 제출이 하루재료로 끝난 경험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외자유치에 걸림돌이던 계열분리 문제가 해소된 하이닉스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IR로드쇼를 바탕으로 1조5,000억원 이상의 외자유치에 성공하거나 GM의 MOU 제출이 이뤄지는 등 뚜렷한 방향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영증권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상당부분 선반영됐지만 1년 이상 시장의 발목을 잡고 질질 끌던 요인이 해결된다는 측면에서 전고점 돌파를 위한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주중반 시장 흐름 반전으로 선물옵션 만기일에 대한 우려는 상당히 희석된 느낌이다. 약세장에서의 파괴력은 크지만 대기 매수세가 있는 상황에서의 위력은 감소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날 시장베이시스가 콘탱고로 돌아오면서 다음주 초반 변동성 확대로 인한 대량 정리 가능성이 한결 낮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매수차익 거래잔고가 6,000억원에 달하는 등 최고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점은 만기일이 다가올수록 점차 부담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세종증권 김욱래 연구원은 "현재 9월물의 거래량이나 지수수준을 감안할 때 롤오버되기보단 만기일 이전에 정리하거나 청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추세를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만기일에 몰릴 경우 시장 충격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민주노총의 파업과 김대통령의 발표도 증시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떨어지지만 외국인 투자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대목이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