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세계 각국과 기업들이 화인자본(華人資本)을 유치하기 위한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현재 중국 본토 밖에 거주하는 화인(華人)의 수는 세계 인구의 1% 정도인 6천만명에 이른다. 이들은 아시아 1천대 기업 가운데 5백17개를 소유 또는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세계 경제와 아시아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동시에 국제금융시장에서 활용가능한 화인자본의 규모는 약 2조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미 지난해부터 국제 기채(起債)시장의 제1선 자금으로 유태계 자본을 제쳤다. 특히 동남아국가에서는 화인자본이 상장회사 시가총액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알려진 대로 화인자본은 국가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해 자기 이익을 잘 지켜주는 국가를 투자처로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최근 들어서는 다른 자본과 마찬가지로 기존의 리스크 분산전략에서 벗어나 투자이익을 중시하는 생존전략으로 바뀌고 있는 점이 화인자본의 유치와 관련해 주목되는 변화다. 올들어 세계 각국과 기업들이 화인자본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크게 보면 두 가지 목적에서 비롯되고 있다. 하나는 미국과 일본계 자금과 달리 화인자본은 장기투자의 성격이 짙다. 이에 따라 안정적인 자금 확보가 가능해져 경제 발전과 기업자금 운용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 다른 하나는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는 중국을 포함한 화인경제권과의 경제활동이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자금사정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선진국 기업들이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화인자본을 유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우리 입장에서도 다양한 각도에서 중국뿐 아니라 화인경제권과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과거 우리가 외환위기를 당한 것도 따지고 보면 미국과 일본계 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던 점에도 원인이 있었던 만큼 위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 화인자본 유치에 나설 필요가 있다. 앞으로 화인자본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와튼계량경제연구소(WEFA) 등 주요 예측기관들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화인경제권이 21세기에는 세계 어느 경제권보다 빨리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결국 앞으로 화인자본을 잘 활용하느냐의 여부에 따라 세계 각국 경제와 기업들의 앞날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기업들이 혈연 지연 업연(業緣)을 중시하는 화인자본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화교들간에 구축돼 있는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화교조직으로 대표적인 것은 '국제화교협회'와 '세계화상대회'를 들 수 있다. 국제화교협회는 1981년 설립된 이후 1백50개의 소규모 화교협회를 회원으로 두고 있으며 2년마다 정기회의를 갖고 있다. 세계화상대회는 세계 최대 규모의 화상(華商) 네트워크로 회의 때마다 약 1천명의 화상들이 참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이들 네트워크를 잘 활용하고 있는 곳이 일본이다. 일본기업들은 90년대까지 유지해 왔던 단순한 정공법에서 벗어나 화교기업과 적극적인 연대를 통해 중국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특히 과거 중국 투자에 실패한 일본기업들이 기존의 중국에 대한 투자전략을 수정해 화교인맥과의 합작을 통한 연계진출 전략으로 중국시장 진출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점은 국내기업들이 예의 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우리 내부적으로도 화인자본들의 국내투자를 가로막는 장애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물론 1998년 4월 제1단계 외환거래 자유화 계획 추진 이후 현재 모든 외국자본 거래가 자유로운 상태이긴 하다. 그러나 아직 국내기업들이 화인자본을 활용하는데 있어 사회.경제적인 인프라를 포함해 많은 측면이 미흡한 실정이다. 정부로서도 외자유치 정책에 있어서 갈수록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우는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자본보다는 화인자본이 유치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이런 정책이 그동안 문제로 지적돼온 미국을 포함한 특정국 중심의 편향적 대외정책 성향에서 벗어나 균형감을 회복하는데 커다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