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기대감이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성장잠재력을 결정하는 기업의 설비투자는 좀체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IT(정보기술)산업의 투자부진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오락.사행산업은 흥청망청이다. 경기회복 기대감의 진원지는 이같은 서비스분야다. 이대로 가다간 한국 경제에 '지방흡입술'(제2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 IT 등 신산업 투자위축 =산업자원부의 2백대기업 설비투자 조사 결과를 보면 전형적인 '신약구강(新弱舊强)'. 신산업을 대표하는 반도체 컴퓨터 통신기기 등 IT산업의 설비투자가 올들어 일제히 급감했다. 그나마 자동차 철강 등 전통산업(구산업)이 어려운 여건에서도 꾸준히 투자를 늘려 대조적이다. 수출의 15%를 차지하는 반도체는 올해 투자가 절대금액에서 작년보다 감소(3천억원)할 전망. 신용경색 속에서 생존을 위해 허덕이느라 제때 투자를 못한 탓이다. 설비투자 재원마련도 직접금융시장(주식.회사채)의 부진으로 차질을 빚는 것으로 조사됐다. 2백대기업의 올 투자비 27조8천억원중 내부유보금(63.5%), 은행차입(16.1%) 외에 직접금융을 통한 조달비중은 작년 21.3%에서 올해 14.9%로 낮아졌다. 김종갑 산자부 산업정책국장은 "IT산업의 설비투자가 세계적인 수요감소와 재고조정 여파로 줄고 있다"면서 "엔화차관 등 값싼 설비투자 자금을 기업에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 그래도 심리지표는 호전 =산업은행이 1천2백18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올 3.4분기 BSI(기업경기실사지수)가 115로 나타났다. 이는 올 1.4분기 83, 2.4분기 99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이다. BSI가 100 이상이면 향후 경기호전 예상업체가 경기악화 예상업체보다 많다는 뜻이며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전업종에서 100 이상인 가운데 전기전자(BSI 131) 음식료(121) 시멘트(121) 자동차(119) 등이 호전 기대감이 두드러졌다. 투자를 줄이면서 경기호전 기대감이 커진데 대해 재계에선 '실제 나아진다'는 시각과 기업들의 '집단 자기최면'이라는 시각이 엇갈린다. ◇ 오락.사행산업은 호황 =통계청이 내놓은 '4월중 서비스업 활동동향'에 따르면 서비스업은 작년 같은 달보다 부가가치 기준으로 7.3%(금융업 제외시 9.3%) 증가했다. 작년 10월(7.5%)이후 가장 높은 성장세다. 특히 '친구'의 흥행 열풍에 힘입은 영화(42.8%)와 경마.경륜(22.6%) 골프장(22.5%) 등의 호황이 뚜렷했다. 숙박.음식점업과 운수.창고.통신업도 각각 10.5%, 13.2%의 고성장세다. 놀고 먹고 마시는 장사만 잘된다는 애기다. 오형규.김수언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