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파리무역관은 휴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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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인사행정이 프랑스 교민사회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코트라는 2년6개월간 구아중동 본부장 겸 파리 무역관장을 무려 네차례나 교체했다.
이중에는 현지 근무 6개월만에 자리를 바꾼 사람이 2명이나 된다.
1998년 9월 코트라는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대폭적인 조직 개편을 하며 5명의 상임이사를 선임하고 파리 무역관장에 박풍 이사를 임명했다.
상임이사 파견은 유럽과 아프리카, 중동지역을 관장하는 파리 무역관의 중요성을 감안한 것으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강력한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추진하던 정부의 의지가 담긴 인사로 평가됐다.
하지만 다음해 4월 박 무역관장은 뉴욕주재 미주 총본부장으로 영전하고 상파울루의 김태랑 남미 본부장이 파리 무역관장으로 부임했다.
이어 2000년 9월 인사에서는 김 무역관장 역시 무역진흥본부장이란 중책을 맡아 귀국하고 그 후임에는 정해수 코트라 부사장이 임명됐다.
당시 정 부사장의 파리 발령은 코트라 창사이래 처음 있는 것으로 사내에서조차 많은 의문이 제기된 인사였다.
이에 대해 코트라는 "임원도 개혁 드라이브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강력한 개혁의지를 담은 파격적 인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4월 인사는 바로 6개월 전의 혁신적 인사정책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정해수 관장이 부산 전시.컨벤션센터(BEXCO) 사장으로 귀국하고 그 후임엔 전임자 김태랑 본부장이 복귀했다.
귀국 이삿짐을 풀기도 전에 다시 파리로 되돌려 보내는 해프닝 인사에 대해 현지 상사 주재원들은 "주재원 가족의 엄청난 이사 비용을 볼 때 민간기업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코트라 인사행정이 공기업 개혁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에 만난 프랑스 투자유치청의 한 공무원은 일관성 없는 코트라 인사를 "이해가 힘든 재미있는 한국적 행정"이라고 의아해 한다.
파리 무역관내에서도 잦은 관장 교체에 따른 업무 방침 변화에 황당해 하기는 마찬가지다.
파리 교민들 사이에선 "파리 무역관은 잘 나가시는 분들이 잠시 쉬어 가는 국립 고급 휴양지"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파리=강혜구 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