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지방재정] (4.끝) '자율도 반, 책임도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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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기획예산처 차관 주재로 열린 예산협의회.
16개 광역자치단체의 부시장.부지사들이 모인 이 자리에서 김병일 기획예산처 차관은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된 95년 이후 시.군.구가 청사를 지을 때 조례상에 나와 있는 기준면적을 초과해 건설하면서 모두 3천2백92억원이 낭비됐다"며 "지자체들이 전시성 사업을 추진해 예산을 낭비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된 후 선출직인 상당수 지자체장들이 경제성을 무시한 전시성 사업들을 벌여 지방재정의 건전성이 우려되고 있다.
여기에는 지방 공기업 부실도 한 몫을 한다.
전문가들은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성을 해치지 않는 한도내에서 지자체에 대한 감사제도를 개선하라고 입을 모은다.
순천대 정순관 교수는 "시의회 감사와 국정감사 등 여러 형태의 감사가 실시되고 있지만 발견된 문제점에 대한 개선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이 뒤따르지 않고 있다"며 "지자체 감사가 전반적으로 효율성이 낮다"고 지적한다.
재정학자들은 지자체의 '자율성'은 살려주되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것이 지방재정을 바로 잡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지방채 발행과 관련, 지자체별로 재정자립도 등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행자부가 일률적인 잣대로 지방재정을 통제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다.
재정학자들은 미국 일본처럼 지자체 파산법을 도입할 것을 적극 권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중앙정부가 지방채 발행과 관련, 승인권을 포기하는 대신 '협의권'만 갖는다.
지방채 발행권은 지자체가 갖지만 지자체가 파산할 경우 중앙정부가 자치권을 환수토록 규정하고 있다.
지자체 파산법과 더불어 선진국들은 지방채 신용등급 제도도 적극 활용한다.
선거를 통해 지방채 발행 남발에 대해 지자체장에 책임을 묻는 경우도 있지만 지방채 신용등급 제도를 통해 지방채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사전에 마련해 놓고 있다.
이 경우 '협의'를 거친 지방채는 어느 정도의 안정성을 보장 받는다.
재정 형편이 좋은 지자체는 낮은 금리로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게 된다.
반면 협의를 거치지 않은 지방채는 중앙정부의 '묵시적 보증'이 없기 때문에 물론 금리(이자율)가 높다.
결국 지자체 능력에 맞는 지방채가 발행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는 "지방채에 신용등급이 매겨지면 지자체들이 재정운용을 보다 신중히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가 전체적으로는 총 지방채 발행액이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방세 개편도 지방재정 안정을 위한 대안으로 꾸준히 제기돼 온 문제다.
전문가들은 지방의 특별소비세 차등화도 고려해 봄직하다고 말한다.
순천대 임승빈 교수는 "강원도나 제주도에 놀러 오는 사람들에게 환경세를 부과하는 등 지방세를 시.도별로 차등을 두는 것도 지방재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일본은 재정능력에 따라 자율적으로 시.정.촌 합병을 유도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선진국 지자체들은 '재정건전성'을 확보해 놓고 이를 홍보하면서 주민 유치에 나선다고 덧붙였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