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증권이 공모 주간사로 시장조성 당시 사들인 현대정보기술 주식을 전량 매각하자 현대증권이 SK증권 실권주 물량을 절반 가량 처분해 매각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증권은 지난 3월 말 SK증권의 유상증자 실권주 청약에서 인수한 이 회사의 주식 2천5백50만주중 40% 정도인 1천42만주를 지난 4월23일부터 5월 말에 걸쳐 액면가인 5천원을 조금 웃도는 가격에 장내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현대증권의 지분율은 당초 7.96%에서 4.71%로 낮아졌다. 현대증권의 이광주 차장은 "보유물량이 너무 많아 처분이 불가피했다"며 "손해보지 않는 한도에서 계속 줄여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증권의 급작스런 지분정리가 이에 앞서 있었던 SK증권의 현대정보기술 물량정리에 의해 촉발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같은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정보기술의 시장조성에 SK증권이 2백억원의 자금을 투입한 데 대한 '보상'차원에서 지난 3월 SK증권 유상증자때 발생한 실권물량(6백37억원)을 전량 인수했다. 그러다 SK증권이 지난 4월17일부터 현대정보기술 주식을 장내매각하기 시작하자 현대증권도 6일 뒤부터 실권주 물량을 매각했다는 분석이다. D증권사 기업금융팀 관계자는 "서로의 눈치를 보면서 매도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던 차에 SK증권이 먼저 방아쇠를 당겨 빚어진 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SK증권이 1백65억원의 매매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시장조성 물량을 정리했고 현대증권도 6백40여억원의 거금을 들여 겨우 0.5%의 수익률도 못되는 이익(3억원)을 봤으니 '승자'는 아무도 없는 셈"이라고 판정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