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모로 보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민경제를 인질화하고 무한 투쟁을 시도하는 어떤 명분의 연대파업도 용납될 수 없다. 정부는 관계장관 담화를 통해 "가뭄으로 고통받는 이 때에…" 라며 파업자제를 호소하고 있지만 파업이 용납되어서는 안되는 이유가 가뭄 때문만은 아니다. 일시적인 사회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파업을 감행할 수밖에 없는, 정말이지 불가피한 사유가 있다면 모르겠다. 항공사의 초고임 근로자(?)들이 연대투쟁의 선봉에 서 있다니 이것부터가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사립학교법이나 언론개혁법까지 연대투쟁의 요구항목에 포함돼 있다니 노조가 할 일이 이렇게 많았던가 하고 놀라게 된다. 민노총은 12일부터 전국적으로 1백25개 사업장에서 5만5천3백30명이 실력행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거듭 다짐하고 있지만 누구를 위한,무엇을 위한 파업인지부터가 알 수 없다. 13일에는 1만1천명이 속한 12개 병원이 파업에 참여한다니 또다시 의료대란이 터지지 않을지 걱정이 꼬리를 물게 된다. 더욱 개탄스런 일은 연대파업 사태에 대한 정부의 모호한 태도다. 5개부처 장관들이 담화를 내고 근로자들의 자제를 호소했다지만 지금 정부에 필요한 것이 듣기 좋은 호소와 노사 쌍방의 대화를 촉구하는 무책임한 발빼기가 전부는 아니다. 법이 있다면 법에 따라 집행하는 일이 정부의 과업일 뿐 어정쩡한 '제3자적' 태도만 취하고 있는 것은 과도한 온정주의에 다름아니다. 연대파업 문제가 경제 전체의 심각한 화두로까지 등장하게 된 원인은 역시 외환위기 이후 4대 개혁과제였던 노동시장 개혁이 크게 미진했기 때문이라는데 이견을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지난 98년 노.사.정 체제가 출범하면서 노사문제가 곧바로 정치문제화하는 구조로 변질된 것이 오늘의 노사불안에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시장경제를 구축하고자 하는 다양한 노력이 좌절되고 있는 부분이 노사문제요 노동시장이라 한다면 정부가 해야할 일은 분명하다. 노사문제를 시장원리에 맞게 처리하고 시장의 범위를 넘어서는 집단행동은 법에 따라 엄중히 처리하는 일이다. 정부가 내년 정치의 계절까지 노동문제를 끌고 가고 싶지 않다면 바로 지금 매듭을 끊어야 한다. 노조 스스로도 지금 이 시기의 파업이 초래할 부작용을 생각해 주기 바란다. 정규재 경제부장 jk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