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엔화 약세를 타고 오름세를 보였다. 그러나 엔화 움직임이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지 못하고 물량부담을 상당히 느낀 채 오름폭이 제한됐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지난 금요일보다 3.80원 오른 1,28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변동은 1,288.10∼1,290.80원 범위에서만 이뤄져 변동폭은 불과 2.70원에 그쳐 지난 2월 27일 2.40원에 이어 가장 좁은 수준을 기록했다. 시장거래자들의 거래의욕은 크게 상실됐으며 활력을 찾기 어려운 하루였다. 시장심리는 고점매도에 중점을 둔 채 달러팔자(숏)마인드에 치우쳐 환율상승을 쉽게 용납하지 않으려고 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물량부담과 딜러들의 숏마인드가 상당히 강해 환율 상승이 제한됐다"며 "달러/엔이 뉴욕장에서 재차 오르면 내일도 급등출발(갭업)해 물량부담으로 장중 오름폭을 줄이는 비슷한 흐름이 예상되며 위아래로 막힌 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어 "내일은 1,285∼1,295원 범위로 예상한다"며 "달러/엔이 확실하게 123엔으로 가지 않으면 달러/원은 1,290원대 후반으로 가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엔화 영향력 감소 = 달러/엔 환율은 일본 경제에 대한 우려감이 재연되면서 오름세를 탔다. 지난주 말 뉴욕장에서 120.94엔으로 상승마감한 달러/엔은 지난 1/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했다는 소식으로 오전장중 주로 121.10엔선을 주무대로 했다. 오후 들어 달러/엔은 오름세를 강화하며 한때 121.60엔선까지 올라선 뒤 소폭 내려앉아 현재 121.40엔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1/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에 비해 0.2% 하락하고 연율로는 0.8%가 위축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마감된 2000회계연도의 GDP 성장률은 당초 목표치인 1.2%에 못미치는 0.9%를 기록했다. 또 일본 정부는 14일 경기 판단에서도 하향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거래자들은 일본 경제상태가 침체에 빠져 있음을 확인하고 경제 상황에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엔화 약세 속도만큼 원화는 발걸음을 맞추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LG전자--필립스의 외자유치, 하이닉스반도체 DR발행 등 FDI 자금에다 대우차 협상 매각 임박 등의 소식이 경계감으로 작용했다.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의 답변을 통해 대우차 매각협상과 관련, "협상방향에 대해 내부적으로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며 "협상창구를 산은총재와 기업에 위임했으며, 매각협상이 성사되지 않을 때를 대비해 예비대안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체들은 오전중에는 1,288∼1,289원선에서 결제수요가 있었으며 대체로 1,290원 위에서는 500∼1,000만달러 단위로 적극적으로 네고물량을 출회했다. 시장관계자는 "1,290원 이상에서는 거액의 거주자 외화예금을 인출해 고점매도를 노리겠다는 인식을 확실히 갖고 있다"고 전했다. 역외세력은 1,289원선에서는 매수에 다소 나섰으나 대부분 물량을 쥐고서 관망세를 보였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환율은 지난 금요일보다 5.30원이 높은 1,290원에 출발했다. 달러/엔이 121엔 위로 올라서고 지난주 말 역외선물환(NDF)시장 환율이 1,292원까지 상승한 것을 반영한 것. 개장 직후 환율은 1,289원으로 떨어진 뒤 이내 1,290.80원으로 반등하는 등 소폭 등락을 거쳐 1,288.80원을 저점으로 기록했다. 이후 환율은 대부분 1,289원선에서 거래가 체결되며 1,289원에 오전 거래를 마쳤다. 오후 들어 달러/엔은 오름세를 강화하며 한때 121.60엔선까지 올라선 뒤 소폭 내려앉아 현재 121.40엔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오전 마감보다 0.50원 오른 1,289.5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한동안 1,289원선에서만 거닐다가 3시경 1,288.10원으로 저점을 내렸다. 이후 환율은 달러/엔이 121.60엔선까지 오른 틈을 타 1,290.70원까지 상승했으나 대체로 1,289원선에 거래가 묶이다가 막판 잉여물량 처분이 늘면서 오름폭이 줄면서 마감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사흘째 순매수기조를 이어가며 이 시간 현재 거래소에서 398억원의 매수우위를, 코스닥시장에서 46억원의 매도우위를 기록중이다. 지난주 목요일 외국인 순매수분 일부가 외환시장에 공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에도 지난 금요일의 외국인 순매수분 1억달러 가량이 시장에 공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0억1,72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5억8,04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5억6,500만달러, 3억7,220만달러가 거래됐다. 12일 기준환율은 1,289.60원으로 고시된다 한편 이달 들어 10일까지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4% 감소한 28억4,000만 달러, 수입은 25.4% 준 33억5,700만 달러로 무역수지는 5억1,7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