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MBA 바로보기'] (17) '승부를 가르는 에세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입학지원 서류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에세이(essay)다.
에세이만 잘 쓴다고 합격이 보장되는건 아니지만 에세이가 부실하면 학부 성적, 직장 경력, GMAT 점수 등이 아무리 우수해도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비즈니스 스쿨은 목표가 확실한 사람, 경영자 자질이 보이는 인물 등 "MBA 공부가 정말로 필요한" 사람을 뽑으려고 한다.
이런 것들이 그대로 드러나는게 에세이다.
우리 지원자들이 선택형 시험에 익숙해 있어 에세이를 어려워한다.
또 모범답안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써야 잘 쓰는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에세이가 결국 "자기 소개서"란 점이다.
지금까지의 직장 경력과 앞으로의 포부, 구체적인 계획을 묻는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표현하는 영작이다.
경쟁인 만큼 구성과 표현력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담을 내용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전형적인 에세이 질문들은 에 요약해 놓은 대로다.
어찌 보면 너무 간단하고 쉽다.
지금까지 어느 대학과 어떤 회사들을 다녔고 장기적으로는 어떤 직장에서 무슨 직책을 맡아 이러저러한 일을 해보고 싶다고 "솔직하게" 쓰면 그만이다.
여기다 왜 지금 MBA를 원하는지만 덧붙이면 된다.
그게 전부다.
문제는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비즈니스 스쿨이 원하는 인재상에 부합되는 "전략적이고 계획적인" 인생을 살아오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50세쯤 어떤 회사 무슨 직책에서 무엇을 할지 고등학교 때부터 계획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리더십이 부족한 것 같아 작은 팀이라도 이끌 수 있는 회사로 옮겨 다니고, 자금과 회계 지식을 키우기 위해 관련 부서로 1,2년에 한번씩 이동한 사람이 몇이나 되나.
해결책이 있다.
에세이 작성을 자신의 직장 인생을 기초부터 다시 설계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다.
비즈니스맨으로서의 목표를 확정하고 이제까지 해온 일들을 평가하고 반성해 앞으로의 마스터 플랜을 짜는 도구로 활용하라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구체적인 실행계획들도 세워질 것이고 지금 자신이 해야할 일이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다.
그러니 에세이를 쓰는 것 보다 그 전에 스스로 물어보고 답해야 할 것이 많다.
앞으로 남은 직장 인생에서 정말 어떤 일들을 해보고 싶은지, 그리고 그 일을 하기 위한 준비로 이제까지 내가 잘 한 것과 잘 못한 것들은 무엇인지, 부족한 것들을 MBA 과정에서 어떻게 채울 것인지, 졸업한 이후에는 어떤 과정을 거쳐 원하는 자리에 오를 것인지 등에 관해 아주 구체적이고도 논리적인 자기만의 답을 구해야 한다.
이 작업만 끝나면 에세이 쓰기는 기술적인 문제만 남는다.
자문자답의 이 과정을 에세이 구상이라고 할 때 구상과 집필의 시간 비중을 7대 3 정도로 두는게 좋을 것 같다.
에세이는 인터뷰를 빼고는 유일하게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이므로 사실적이면서도 흥미를 유발하는 얘기를 많이 담아야 한다.
영작이어서 표현하기 어려운 만큼 좋은 소재를 찾는 작업이 긴요하다.
이를 위해 대학시절 이후 지금까지 자신이 해온 일들을 시기별로 나눠 적어보는 작업이 유용하다.
농촌봉사활동에서 경험한 팀웍, 주일학교 교사연수에서 보인 리더십 등 작으면서도 재미있는 기억들이 다시 살아날 것이다.
집필은 영문으로 바로 쓰기 시작하는게 좋다.
우리 말로 쓰고 번역하게 되면 시간 낭비가 크고 오히려 어색한 영작이 되기 쉽다.
어느 정도 구상이 끝나면 각 에세이 질문에 딱 10문장 이내로 답할 수 있는지 연습해 보라.
그러면 에세이 작업은 거의 끝난 셈이다.
기본 틀이 되는 이들 문장 마다에 설명을 덧붙이고 논리를 보충하고 적합한 예를 담으면 에세이가 완성된다.
각 문단의 첫 문장에 메인 아이디어를 담는 두괄식은 첫 문장들만 우선 읽어보고 계속 읽어볼지 여부를 판단하는 입학사정 담당자들이 적잖은 현실에서 잊어서는 안될 포인트다.
다 쓴 뒤에는 다른 사람에게 읽혀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야 한다.
올 연말까지 대여섯 차례 이상 다시 쓸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
[ 미국 MBA과정 지원 에세이 질문의 예 ]
< 지원 동기 >
. 왜 지금 MBA 공부를 하려고 하는가
. 하필 우리 학교를 지원한 이유는
< 직업목표 >
. 궁극적인 목표(직업/인생)는 무엇인가
. 이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할 계획인가
. MBA 학위를 딴 직후에는 뭘할 것인가
< 의사결정 과정 >
. 대학과 직장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당신의 의사결정 과정을 설명하라
. 이제까지 당신이 이룬 가장 큰 성취가 있다면
< 학교 생활 계획 >
. 당신은 우리 학교와 동기생들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 것인가
. 우리 학교의 자원들을 어떻게 활용하려고 하는가
< 리더십, 팀웍 경험 >
. 사람들을 관리해본 경험이 있는가, 언제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하나
. 조직이나 부서의 변화를 주도해 본 일이 있는가, 거기서 뭘 배웠나
< 기타 >
. 직장생활에서 윤리적 딜레마를 겪은 적이 있는가
. 최근의 기술변동이 경영자에게 주는 의미는
. 당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 실패해본 일이 있는가, 언제 왜 그랬으며 뭘 배웠나
[ 한경닷컴 주미특파원.와튼스쿨 MBA 재학 yskwo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