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이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작가 화랑 콜렉터들이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미술품과 와인 경매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서울경매의 김순응(48)대표는 "미술품 경매제도와 미술품을 담보로 한 대출제도야말로 미술시장 인프라의 양대 축"이라고 강조했다. 경매제가 미술시장에 대한 일반인의 참여를 유도해 수요를 확충한다면 미술품 담보대출은 작가들의 창작의욕을 북돋우는 시스템이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지난 3월 "잘나가던" 하나은행 자금본부장 자리를 박차고 미술인으로 변신해 화제를 모았던 인물. 하나은행 종합기획부장,싱가포르 사무소장,홍콩현지법인사장을 지낸 정통 금융인으로 미국 남캘리포니아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따기도 해 미술계에서 유일한 MBA 출신이기도 하다. "화랑이나 콜렉터들이 갖고 있는 미술품을 담보로 대출을 시행한 지 불과 2개월만에 10억원의 대출 실적을 올렸습니다. 앞으로 작가들이 참여할 경우 담보대출 제도는 곧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술 CEO로 변신한 김 대표가 준비중인 첫 작품은 미술품을 투자대상으로 한 "아트 펀드(Art Fund)"의 조성이다. 은행 VIP고객들로부터 몇 십억원 규모의 투자를 조성,중기적으로 작품을 구입하는 사업이다. 구입 작품들을 투자자들이 집에서 보관.감상 한 후 구입을 희망하는 투자자들에게는 프리미엄을 붙여 판매도 한다는 구상이다. "채권이나 주식펀드에 비해 리스크가 있지만 은행들이 적극적이어서 펀드 구성 실현 가능성은 높은 편"이라고 그는 소개했다. 미술품 와인 경매에 이어 사진작품 보석 시계 앤틱 카메라 등으로 경매품목을 확대시켜 나간다는 계획도 추진중이다. 김 대표는 "선진국에선 회화와 마찬가지로 비싸게 팔리는 사진 작품 시장이 우리나라에는 없다"며 "6월중에 사진 경매도 실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때 소장품만 1백점이 넘을 정도로 미술품 애호가이기도 한 그는 "막상 이 곳에서 일해보니 미술은 산업으로서의 기반이 너무 취약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유명 브랜드의 핸드백을 몇 백만원씩 주고 사면서 2백만~3백만원하는 추사 김정희의 서간을 비싸다며 사지 않는 현실을 볼때 가장 안타깝습니다. 우리도 이제는 미술을 이해하고 아끼는 문화의식을 가져야 할 때라고 봅니다" 연봉이 전 직장에 비해 크게 깎였지만 미술이 좋아 미술계에 뛰어들었다는 김 대표가 경영마인드를 갖춘 미술 CEO로서 미술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지 주목된다. 글=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