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1 21:34
수정2006.04.01 21:36
영국 교육제도의 특징은 "유연성(flexibility)"과 "다양성(diversity)"으로 집약된다.
수백년에 걸쳐 만들어진 교육제도 덕분에 영국 학생들은 "입시지옥"이란 단어를 알지 못한다.
명문대 진학을 지상과제로 삼고 모두가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학원으로 독서실로 밤늦게까지 몰려다니는 한국의 교육현실과는 많이 다르다.
영국에서는 개인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주어진다.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다.
한번 선택한 진로를 바꿔 다른 길을 택하기도 쉽다.
이같은 다양성과 유연성은 외국인 유학생에도 차별없이 적용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잘 갖춰진 교육 인프라를 활용,유학생들을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 정책적인 뒷받침을 다하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서 교육을 국가적인 비즈니스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최근엔 한국에서도 영국 유학길에 오르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영국의 교육제도=영국인들은 만 5세에서 만 16세까지 의무교육을 받아야 한다.
의무교육은 학비를 내지 않는 공립학교(State schools)와 학부모가 학비를 지불하는 사립학교(Independent or Public schools)를 통해 이뤄진다.
사립학교는 영국의 취학 아동 가운데 7%정도를 소화한다.
16세 이하의 외국인 학생들은 2천4백여개가 넘는 사립학교에 진학할 수 있다.
또 부모가 영국 학교에 등록돼 있거나 영국 주재 상사에 근무하는 경우에는 공립학교에 들어갈 수도 있다.
의무교육은 원칙적으로 국립교육과정(National Curriculum)에 따라 이뤄지지만 학교별로 자율성을 갖고 다양한 교육내용을 제공한다.
의무교육과정을 마치면 중등교육 졸업시험인 GCSE를 치르고 절반 정도가 대학 진학을 준비한다.
나머지는 직업학교(vocational training college)에 들어가 일찍부터 취업과 관련된 공부를 한다.
영국에는 3백개가 넘는 직업학교가 있다.
디자인 요리 레저에서부터 비즈니스 공학 정보통신 건축 등에 이르기까지 분야도 다양하다.
직업교육 2년과정을 끝낸 뒤엔 국가공인자격증(NVQ,GNVQ)을 획득하게 된다.
직업학교를 졸업하고 좀더 공부를 계속하려는 사람은 원하는 대학에 간단한 절차를 거쳐 진학할 수 있다.
이는 영국 교육제도의 유연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교육을 비즈니스로=지난 99년 6월 토니 블레어 총리는 교육산업이야말로 영국이 가진 최대의 자산이라며 대대적인 영국 유학 홍보 캠페인을 선언했다.
"Education UK"라는 브랜드까지 만들어 영국의 대학과 직업학교에 더 많은 외국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범세계적인 캠페인을 전개했다.
실제로 국가 차원의 조직적인 캠페인을 실시한 결과 "2000/2001학년도"의 외국인 유학생이 전기에 비해 8%이상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영국 정부는 유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학생비자(Visa) 신청이 거부될 가능성이 높은 국가에 대해서는 영국문화원과 비자 사무국이 협력,최대한 빠른 시간안에 비자 업무가 처리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었다.
(한국 학생들은 비자없이 입국할 수 있다)
또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학생들에게 유학 코스기간과 동일한 체류기간을 허가해주고 있다.
외국 학생들이 학기중에는 주당 20시간을,방학동안에는 풀타임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한 조치도 학비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유학생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영국 정부의 이같은 노력과 함께 3년만에 대학 학부 과정을 마칠 수 있고 1년만에 석사 과정을 끝낼 수 있다.
따라서 유학비용과 시간을 줄이려는 실속파들이 영국을 찾고 있다.
영국 유학 열풍=한 유학원 관계자는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인기가 주춤해지고 최근엔 영국으로 영어연수를 가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조기유학 바람을 타고 영국의 명문 사립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려는 학부모들의 상담도 많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주한영국문화원의 영국유학센터(www.bckorea.or.kr) 장승은 실장은 "영어연수뿐 아니라 디자인 메이크업 등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영국의 직업학교와 MBA(경영학석사)과정에 도전하려는 사람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실제로 지난해 영국내 직업학교에 등록한 한국인 유학생은 99년에 비해 24%이상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