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적으로 기업들의 인력감축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지만 기업이 정작 필요로 하는 핵심기술 인력에 대해서는 부족하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기업들 사이에서 핵심기술 인력을 뺏거나 빼앗기는 현상이 벌어지는가 하면,영업비밀 보호나 부당경쟁 등과 관련한 법정분쟁으로 비화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핵심인력 유출이 초래하는 비용은 어느 정도일까.

최근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는 핵심기술 인력의 대체비용이 기존의 4배에 이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전문경영인이 2.5배,관리자가 2.0배,중간관리자는 1.5배,일반직원이 0.5배인 것과 비교해 보면 대체비용이 꽤 높은 셈이다.

넥스터라(Nextera)컨설팅의 한 연구는 과학자나 엔지니어를 잃음으로써 발생하는 비용이 관리 전문인력에 비해 3~6배에 이른다고 보고한다.

다른 분야와 차이가 뚜렷한 기술인력의 이직율,대체에 소용되는 비용과 기간,체화된 지적자산의 유출,핵심 수익기반의 상실등을 고려해 보니 그렇다는 것이다.

얼마전 삼성경제연구소도 "핵심인력의 유출과 대책"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들이 빠져 나갈 경우 기술력 약화,사업추진 차질,고객이탈 등으로 기업에 치명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내의 대표적인 한 통신기기 업체에서는 지난해 연구인력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휴대폰 신제품 출시가 8개월이나 늦어졌다고 한다.

연구인력의 이직율은 지금까지는 다른 분야에 비해 낮았다.

하지만 기술이 시장으로 연결되는 시간이 단축되고,핵심분야 인력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면서 상황이 변하고 있다.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컴퓨터나 전자분야 기업연구소의 경우 이직율이 8~13%에 이를 정도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역시 비슷한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핵심 기술인력의 이직에 대한 기업들의 대응이 달라져야 한다.

우선 기술인력의 이직비용부터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이들을 보유하기 위해 인색하지 말아야 할 투자와 다를 바 없다.

따라서 만약 이직비용을 과소평가한다면 이는 곧 과소투자를 의미하는 것이고 그만큼 이들을 끌고 가려는 외부의 힘에도 무력해진다.

기업 차원에서만 이것이 중요한게 아니다.

정부출연연구소의 연구인력 유출도 심각하다.

정부가 이들의 유출이 초래할 사회적 비용을 과소평가해 방치한다면 언젠가는 기업이 필요로 하게 될 미래의 기초 기반기술을 붕괴시켜 신산업에 치명적 부메랑이 될 수 있다.

국가 전체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지금 국가간에는 인력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해외로 유출되는 인력으로 인한 손실은 과소평가하고 해외에서 들어오는 인력에 따른 이익만 과대평가하면 어떻게 될까.

교육과 훈련에 대한 투자감소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그것은 결국 우리 경제 전체의 성장잠재력을 갉아먹는 꼴이 될 수 있다.

전문위원 경영과학박사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