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기지개...'돈가뭄' 업체에 단비 .. 경기회복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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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후 3시반 서울 강남의 무역회관 12층.
부품.소재 기업들에 대한 투자설명회(IR)가 열리고 있었다.
부품.소재투자기관협의회가 마련한 IR실에는 40여개의 벤처캐피털 은행 증권 보험회사들이 참여했다.
6월초와 7월초 두차례에 걸쳐 80여 업체가 참여하는 IR인 터라 나른한 오후엔 빈 자리가 있겠거니 했지만 분위기는 정반대로 뜨거웠다.
IR에 나섰던 기업들은 대부분 투자의향서를 받을 정도였다.
15억원을 목표로 투자금 유치에 나섰던 아이티엠(PDP용 필터 생산업체)의 경우 17개 기관으로부터 총 8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접수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IR를 주관한 부품.소재투자기관협의회의 문병길 사무국장은 투자배수(투자기준가격)에 거품이 생기는 과열을 걱정하기도 했다.
물론 이같은 열기는 IR에 참여한 기업들이 산업기술평가원의 기술성 심사를 통과하는 등 1차 검증을 받은데 힘입은 까닭도 있다.
그러나 IR를 지켜보는 대부분 관계자들은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이제 회복되는게 아니냐"며 조심스럽게 낙관론을 보였다.
창업 및 벤처 투자 분위기가 호전되고 있는 모습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선 벤처캐피털 회사들의 투자실적이 크게 늘고 있다.
KTB네트워크의 경우 지난달중 14개 업체에 1백50억원을 투자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올들어 1월엔 1억8천만원(1개업체) 2월 32억9천만원(4개) 3월 22억원(2개) 4월 9억4천만원에 그쳤지만 5월들어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한솔창업투자도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매달 10억~20억원씩 투자가 이뤄졌던 것과 달리 6월엔 최종 투자심의위원회에 상정된 금액만 1백50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 가운데 1백억원 이상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한솔창투는 예상했다.
한국기술투자 무한기술투자 우리기술투자 스틱아이벤처투자 등 대형 벤처캐피털들의 투자실적도 최근들어 급증하는 추세다.
조병식 한솔창투 상무는 "연초엔 투자심사건마다 부정적인 갑론을박이 많았는데 최근들어서는 어쨌든 투자를 해야 하는게 아니냐는 시각들이 우세해지고 있다"며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곽성신 우리기술투자 사장은 다른 관점에서 설명했다.
그는 "경기하강이 1년 가까이 진행됐기 때문에 반등에 대한 기대가 작용하고 있다"며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도 투자배수를 놓고 고집부리는 자세를 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뉴머니(new money)도 벤처업계에 투입될 조짐이어서 투자 분위기가 돋워지고 있다.
일본내 최대 캐피털인 자프코(JAFCO)는 한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투자를 본격화할 움직임이다.
자프코의 다케시 산다(34) 부사장은 "한국경제는 결국 벤처기업 중심으로 발전해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한국내에서 공동펀드 등을 조성해 벤처투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7월부터는 국민연금을 비롯해 연.기금들이 벤처기업의 전주(錢主)로 등장한다.
그러나 최근의 벤처투자 기류는 지난번과는 확연히 다르다.
벤처캐피털회사의 심사역들은 지난해 혹독한 거품을 겪었던 탓에 어느때보다 보수적으로 변했다.
작년에 4백억원으로 평가받던 기업가치가 요즘 창투업계에선 80억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짜졌다"는 얘기다.
일부에선 기업가치를 매출액 만큼만 인정해 주는 관행도 생겼다.
김석근 LG벤처투자 이사는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등 하드웨어적인 기반이 있어야만 투자한다"며 달라진 투자패턴을 소개했다.
투자를 늘리긴 늘리겠지만 "옥석을 분명하게 가리겠다"는게 벤처캐피털들의 입장이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