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문제중 하나는 혈연,지연,학연을 중시하는 이른바 "파행적 연고주의"다. 연고주의 병폐가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자성의 소리가 나오기도 하지만,정작 연고주의는 사회 전반에 확산돼 "미풍양속"으로 착각하고 지내는 몰지각한 인사도 없지 않다. 그러나 연고를 무기로 시작한 비즈니스는 부메랑과도 같다. 도움을 받은 만큼 도움을 줘야 할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코스닥준비기업에도 혈연 지연 학연을 내세운 여러가지 청탁이 들어올 수 있다. 경영자라면 누구나 공사를 구분하고 싶겠지만 현실에서 회사발전에 큰 기여를 한 사람으로부터의 부탁을 쉽게 거절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코스닥에 도전하고자 한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반드시 지켜야할 것이 있다. 코스닥 등록 업무와 관련해 "업무 진행 파트너" 선택에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연고를 배제하라는 것이다. 코스닥준비기업은 주간사 증권회사,회계법인,명의개서대행기관,IR(투자자대상 홍보)대행사,컨설팅회사등과 업무를 공동으로 진행해야 할 경우가 많다. 이중에서도 주간사 증권회사와 회계법인이 대표적인 코스닥 등록 업무진행 파트너라고 볼 수 있다. 주간사 증권회사 선정을 예로 들어 보자.주간사 증권회사는 증권회사의 규모,인수경험,업종성향,부실분석제재여부 및 발행회사에 대한 열의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딴 판이다. 회사 최고경영자(CEO)의 연고자(예를들어 동문선배)의 안면만을 믿고 주간사 증권회사를 결정하는 경우가 자주 목격된다. 공모금액이 1천2백억원 이상인 회사가 자본금이 1천5백억원도 안되는 증권사를 주간사로 선정해서 우여곡절끝에 겨우 등록에 성공한 사례가 있었다. 친지의 소개로 쉽게 주간사 증권사를 선정했으나 정작 주간사 증권사의 리서치센터가 이 회사 업종(예를들어 인터넷, 건설업)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어 공모가에 대한 이견으로 끝내 예비심사 청구도 못한 경우도 있었다. 증권사에 근무하는 친척의 얼굴을 세워주기 위해 무턱 대고 주간사 계약을 미리 체결해 놓았다가 정작 예비심사를 청구할 시점에 해당 주간사 증권사의 과잉 업무 수임으로 인해 뒤로 밀려나 6개월정도 지연되어 등록된 사례도 있었다. 최고의 파트너는 회사가 "잘 아는 파트너"가 아니라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해줄 파트너"다. 외부 감사인(회계법인) 선임시에도 연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임직원과 연고관계(예를 들어 임원의 친구)가 있는 감사인 또는 창업부터 지금까지 회사에 많은 도움을 준 감사인이 선임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연고관계로 선임됐더라도 감사인이 대외적으로 신뢰성을 인정받는 감사인이라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지난해 코스닥 등록예비심사에서 회사와 연고관계로 선정된 감사인이 작성한 감사보고서에서 오류가 많이 발견됐다. 이 오류가 예비심사 탈락의 요인으로 작용한 불상사도 여럿 있었다. 외부 감사인의 생명은 독립성이다. 규정에 위배되지 않게 선임하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외부감사는 회사,임원,주주와 실질적으로 특별관계가 없는 독립된 감사인이 수행해야 신뢰할 수 있다. 코스닥준비기업은 연고에 이끌리면 소탐대실하기 십상이다. 그 끝은 코스닥입성 불발이거나,입성후에도 주가가 맥을 못추기 십상이다. (02)3775-1014 박성호 < 공인회계사.SIPO컨설팅 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