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만화영화산업에 혁명이 진행중이다. 수작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재래식 만화영화의 인기가 시들해지는 반면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진 만화영화가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같은 추세가 더욱 뚜렷해지면서 전통의 '디즈니왕국'이 붕괴할 것으로까지 점치고 있다. 지난 5월 개봉된 드림웍스가 만든 컴퓨터영상만화 '슈렉'은 2억7천5백만달러의 흥행을 기록했다. 이는 만화영화산업에서는 지난 94년 3억1천만달러의 수입을 올리며 만화영화의 붐을 다시 일으킨 '라이온 킹'이후 최대 흥행기록이다. 라이온킹은 수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만화영화.만화영화 전문가들은 지난 95년 치열한 흥행공방을 벌였던 토이스토리(컴퓨터제작)와 포카혼타스(수작업)의 싸움에서 토이스토리가 승리한후 컴퓨터로 만든 만화영화가 수작업제작 영화를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컴퓨터제작영화인 벅스라이프(98년) 토이스토리2(99년) 공룡(2000년)등이 매년 그해 만화영화 최대흥행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1억달러이상을 들여만든 수작업 만화영화인 '황제의 길'과 '엘도라도'가 각각 8천9백만달러와 5천90만달러의 흥행을 기록하는데 그치기도 했다. 올해 슈렉으로 대성공을 거둔 드림웍스의 CEO인 제프리 카첸버그는 "몇년전부터 관객들이 만화영화의 제작 형태를 구분하기 시작했다"며 "최근 몇년간 타잔(99년)을 제외한 대부분의 수작업 만화영화들이 실패한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수작업으로 그려지는 전통적인 만화영화는 이제 없어진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한다. 1억7천1백만달러의 흥행을 기록한 타잔의 성공을 잇기위해 거액을 들여 몇개의 수작업 만화영화를 준비중인 디즈니는 그래서 요즘 울상이다. 1억달러이상을 들여 만든 초대형 만화영화 '애틀란티스'는 이달중 개봉예정이나 기껏해야 슈렉의 3분의 1 수준인 8천5백만달러정도 수입을 올릴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오는 11월 개봉예정인 '몬스터'등 디즈니의 후속 작품들도 같은 운명에 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불투명한 전망 때문에 디즈니는 최근 전체 직원의 30%인 4천명을 감원하고 나머지 직원의 임금도 50% 삭감한다고 발표했다. 애틀란티스의 공동제작자인 커크 와이즈는 "지금 만화영화산업은 컴퓨터 애니메이션과 깊은 사랑에 빠졌다"며 "전통적인 수작업 만화영화로는 점점 승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고백할 정도다. 반면 드림웍스는 최근 각종 컴퓨터영상작업을 공동으로 해오던 PDI(Pacific Data Images)를 아예 합병, PDI/드림웍스로 이름을 바꾸는등 컴퓨터영화제작에 더욱 중점을 두고 있다. 만화영화산업에 불고 있는 컴퓨터혁명이 조만간 양대산맥인 디즈니와 드림웍스의 위상을 바꿔놓을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