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사상 처음으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양대 항공사의 동시 파업이 강행되면서 무더기 결항사태가 빚어지자 비행기를 타지 못한 승객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특히 굵직한 국제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제주도 당국과 관광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상당수 시민단체들은 최악의 가뭄으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명분없는 파업은 자제해야 한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두 항공사 파업이 강행된 이날 오전 인천공항에는 예약 항공편이 결항돼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날 오전 9시50분발 오사카행 대한항공 723편을 탑승하기 위해 인천공항을 찾은 모 벤처업체 대표 서모(35)씨는 항공편 결항 사실을 뒤늦게 알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오후 일본 업체와 중요한 수출계약을 체결할 예정인 서씨는 일본행 대체 항공편을 찾지 못할 경우 계약이 무산될까 노심초사했다.



○…단기간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동남아 관광객들도 큰 피해를 봤다.


이날 홍콩 관광객 10명과 함께 부산을 방문한 뒤 13일 제주로 향할 예정이었던 여행가이드 서모(33·여)씨는 발권 카운터를 찾아가 "외국인 관광객들의 일정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제주와 다른 지방을 잇는 항공편 운항이 대폭 감축됨에 따라 제주 관광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굵직한 국제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제주도 당국 역시 항공편 감축 운항에 따른 행사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대검찰청은 13∼15일 제주시 오리엔탈호텔에서 1백80여명의 세계 각국 대표가 참석하는 마약류 퇴치 국제협력회의를 열 계획이었으나 개최 장소를 급히 서울로 변경했다.


세계관광기구(WTO)가 13∼15일 제주KAL호텔에서 여는 '섬 관광과 경제에 관한 WTO국제회의'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상 최악의 가뭄이라는 비상사태에서 강행된 파업에 대해 시민단체와 사회 지도층 인사들은 명분이 없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경실련 김용환 정책실장은 "가뭄에다 항공사 및 병원 파업 등으로 국민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노·사·정은 한발씩 물러나 성실 타협을 벌여 극한 상황은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울YMCA 신종원 시민사회부장은 "시기적으로 온 국민의 관심사가 가뭄피해에 쏠려 있는 가운데 연대파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장기파업으로까지 확대돼서는 안된다"고 주문했다.


서강대 서준호 교수(경제학과)는 "파업이 현실화돼 유감스럽다"면서 "노동계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파업이라는 도구를 이용,이루려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시기적으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


경총 최재황 공보실장은 "노동계는 국가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원칙에 벗어난 파업을 자제해야 한다"면서 "기업들은 노사관계의 기본원칙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파업에 대해 적극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공항공사는 "날개를 접은" 비행기를 세워둘 주기장 부족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했다.


공항공사는 인천공항에서 항공기를 수용할 수 있는 탑승교 수가 44개에 불과하고 원격 주기장도 항공기를 16대 밖에 수용할 수 없어 비행기에 쌓인 눈이나 얼음 등을 제거하는 제빙주기장까지 모두 가동,최대 1백3대까지 수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대학로 등 전국 12곳에서 '총력투쟁결의대회'집회를 열었다.


이 집회로 인해 대학로 주변과 종로 일대에서는 퇴근길 차량행렬과 행진하는 시위대가 맞물려 극심한 교통혼잡을 빚었다.


한편 서대문경찰서는 각종 불법·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민주노총 신언직(37) 조정쟁의실장을 종로4가에서 시위도중 붙잡아 조사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