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수입차 시장 확대를 요구하는 미국의 통상 압력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물론 의회까지 직접 나서 자동차 시장의 교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압력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미국 상.하 양원은 지난달 한국 정부에 자동차 수입장벽 철폐를 위해 실질적 조치를 취할 것을 부시 행정부에 촉구하는 공동 결의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한.미 양국은 이와 관련, 12일 서울에서 제4차 자동차 협의회를 열어 자동차 분야 통상 현안을 해소하기 위한 협의를 벌였으나 양측간의 팽팽한 이견만 확인한 채 회의를 끝냈다. 13일 다시 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어떤 형태로든 미국차의 한국시장 점유율이 높아져야 한다는 미국 입장과 소비자들이 스스로 사지 않는 것을 어떻게 하겠느냐는 한국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논거는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은 1백68만대의 자동차를 해외에 수출한 반면 수입차는 겨우 1만1천1백68대에 불과하다는 점. 한국은 보다 수입차 시장을 늘려야 하며 이를 위해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율 8%를 미국 수준인 2.5%로 낮추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게 미국측 주장이다. 또 자동차 배기량이 클수록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 자동차 세제도 중·대형차 중심인 수입차에 불리하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8%의 자동차 관세는 EU(유럽연합)나 호주보다 낮은 만큼 추가 인하를 고려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배기량에 따라 차등 부과되는 세제의 경우도 지난 99년 배기량별 세금을 5단계로 축소했고 국산차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규정이므로 당장 개선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이와 함께 한국 소비자들로 하여금 여전히 수입차 구입을 꺼리게 하는 비관세 장벽을 없애줄 것을 요구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선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3월 기업인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외제차 구입을 직접 권유한 바 있고 △국세청도 외제차를 구입했다는 이유만으로 세무조사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며 미국측 주장을 일축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자동차 교역불균형을 개선하라는 미국의 압력이 어느 때보다 거세지면서 한.미 통상관계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고 걱정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