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극적인 밤이었다. 극한대립으로 치닫던 대한항공노사가 13일밤 기존주장에서 한발씩 물러나 노사협상을 타결지음으로써 무더기 결항사태를 빚었던 항공사파업은 이틀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로써 항공사파업을 전면에 내세운 올 노동계의 총파업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항공사파업의 주축인 대한항공쟁의가 마무리됨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의 파업도 조기에 끝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이날 노사양측은 오전내내 물밑접촉과 실무협의 등을 거치면서 조기타결을 시도했으나 서로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 파업이 3일째로 들어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날밤 8시가 지나면서 노사 양측이 마지막 의견접근을 시도했다. 결국 9시께 사측이 노조집행부에 대한 고소고발의 취하와 운항규정심의위원회의 노사동수 구성 등을 양보,합의에 이르게 됐다. 이에 따라 14일 오전부터 90여편의 국제노선과 2백40여편의 국내선 항공기가 90%이상 정상운항할 것으로 예상돼 그동안 극심했던 승객들의 불편은 사라지게 됐다. 타결배경=대한항공 노사가 협상을 전격 타결지은 것은 고임금 노조의 파업과 항공대란을 바라보는 국민의 따가운 시선에 밀린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가뭄 극복에 온 국민이 하나로 나서고 있는 마당에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발생한 연봉 1억원 안팎의 고임금 노조원의 파업은 처음부터 일반 시민은 물론 다른 회사의 노조원들에게 조차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일으키는 수세적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같은 분위기속에 정부가 12,13일 불법파업에 대한 단호한 처리 방침을 천명하고 발빠르게 노조간부에 대한 사법처리 수순을 밟은 것도 조기타결을 유도하는 역할을 했다. 여기에다 검찰이 이성재 노조위원장 등 집행부 14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받부받아 집행을 시도한 것도 노조를 협상테이블에 앉히는 데 일조했다. 또한 항공사 노조가 본의 아니게 이번 민주노총 연대파업의 주력 사업장으로 떠오르면서 협상이 상급단체인 공공연맹과 경총의 "대리전" 양상으로 흐른데 대한 노조원들의 내부불만도 작용했다. 향후 전망=이번 타결로 앞으로 계속될 민주노총의 연대파업이 급속히 냉각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게 됐다. 당초 민주노총은 두 항공사 노조의 동시파업을 연대파업 극대화를 위한 전위대로 활용할 계획이었던 만큼 향후 파업지도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른 엄단 방침을 여러차례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합의문에 고소.고발 취하와 징계및 민사상 문제 최소화 등의 내용이 담겨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