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노조가 이틀째 전면파업을 벌인 13일.운항스케줄을 나타내는 인천공항의 전광판에는 "cancelled(결항)"가 가득했다. 마치 지진이나 폭우 폭설 등 천재지변이 난 듯했다. 양 항공사 사무실에는 여전히 항의성 문의 전화가 빗발쳤고 직원들은 이에 대한 답변을 하느라 종일 진땀을 흘렸다. 조종사노조가 파업을 벌였던 대한항공은 파업 첫날과 마찬가지로 이날도 일본과 중국 등 근거리 노선 위주로만 운행했다. 국내선과 화물편 역시 대부분 "결항" 딱지를 떼지 못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국제선 66편의 경우 모두 정상운항을 했지만 국내선은 30% 가량만 예정된 스케줄을 지켰다. 이같은 파업 사태로 외국항공사는 때 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외국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여객도 여객부문이지만 특히 일정이 촉박한 화물의 경우 외국항공사마다 예약이 쏟아져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전했다. 파업으로 인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손실이 외국항공사에는 그대로 반사이익이 되고 있는 셈이다. 다행히 대한항공 노.사는 이날밤 극적인 타협을 이뤘다. 하지만 국내 항공업계 일각에서는 타결에 안도하면서도 "후유증"에 대해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의 한 관계자는 "미국 팬암항공사의 경우 한때 업계 선두였지만 장기간의 전면파업 영향으로 결국은 도산했다"며 "승객을 볼모로 한 파업은 노.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교훈이라고 걱정했다. 미국 LA에서 15년째 가이드를 하고 있다는 홍완기(35)씨도 "한번 불편을 겪은 승객들의 마음을 돌려놓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게 지금까지의 경험"이라며 조국 항공사들의 신뢰도 추락을 우려했다. 한국에 취항하고 있는 외국 항공사는 모두 44개.경쟁관계에 있는 이들 외국 항공사 입장에서 한국 항공사들의 파업은 길면 길수록 바람직한 "대박"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취해야할 길은 자명하지 않을까. "파업은 가급적 짧게,앙금은 가급적 없게." 이제는 아시아나 항공 차례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