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남북관계의 대차대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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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2001년 중반 시점에서 남북관계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고찰하는 대차대조표를 만드는 것은 일리가 있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아직 미흡하지만 경제 상호작용,특히 북한에서의 위탁거래과정을 맡고 있는 남한 중소기업의 경우 유망한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속도가 느리고 신중하긴 하나 북한에선 무역과 투자를 위한 법적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
작년 11월 남북은 남한 기업들에 일부 보호조항을 제공하는 4개항의 합의에 도달했다.
지난 4월 열린 제10기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선 무역투자기회를 확대하는 3개 법률안이 통과됐다.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 강점중 하나는 적절한 타이밍이다.
햇볕정책은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그의 측근들이 점차 경제변화의 절대적 필요성을 인식하는 시점에 나왔다.
스탈린식 경제전략은 세계화시대 속에서 북한을 급속히 파멸로 이끌고 있었다.
이런 인식은 정치적 불안을 초래했고 변화의 속도와 깊이를 놓고 내부 논쟁을 유발했다.
남북한의 엄청난 격차는 좁힐 필요가 있다.
북한은 최근 사정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식량및 에너지난,낮은 생산성 등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사례들을 보면 문화.사회적으로도 남북정상회담후 상황은 전도가 밝은 편이다.
세차례에 걸친 남북이산가족 상봉과 한차례 서신교환은 비록 양적으론 적었지만 한국민이 정서에 깊이 와닿았다.
더욱이 호주 시드니 올림픽 때 남북선수단의 동시행진은 상징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지난 3월이후 대부분의 이런 활동은 중단되고 있다.
남북관계는 북미관계 진전여부에 의해 북한의 볼모로 잡혀 있는 듯하다.
상호주의 문제는 남한의 많은 사람들에게 점차 중요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구체적인 결과는 없었지만 처음엔 좋은 조짐들이 있었다.
각료급 회담과 국방실무자 회담이 진행됐고 적십자사 회담이 열렸으며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답방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런 것들은 보류된 상태다.
분명히 남한정부는 광범위한 경제지원과 사회.문화 상호교류를 증진시키는 대가로 북한에 대해 남북 신뢰구축을 위한 그들의 몫을 다하라고 주장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남북대화가 확실히 동등하지 않은 당사자간에 이뤄지고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최근 몇개월간 30개국 이상과 외교관계를 맺는 등 급속히 외부세계와 접촉을 확대하고 있지만 남한에 비하면 아직도 국제무대에서 "아주 작은 존재"이다.
군사적으로도 북한은 남한의 많은 사람들에겐 위협으로 간주되고 있으나 규모와 질간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비무장지대(DMZ) 인근에 배치된 대규모 북한 병력의 존재 역시 위협적이긴 하나 최종적으로 분석해볼 때 남한과 미국의 군사력을 알고 있는 북한 엘리트들이 생존보다 자멸를 택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미국은 한반도 정책에 대한 철저한 검토를 끝내면 북한과의 대화 재개 노력을 다시 시작할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상호주의와 검증이 전향적 관계개선에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므로 북한의 미사일 생산과 판매문제가 대북 보상문제와 함께 주요 사안이 될 것이다.
이런 모든 문제에 있어서 남한과의 긴밀한 논의와 공동합의는 다른 주요국들과의 대화와 함께 필수적이다.
주요 강국들은 북한의 붕괴와 핵무장,또는 한반도 분쟁을 원치 않는다.
이들 국가들은 점진적 과정을 통해 북한이 현대 세계에 진입하기를 원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말하면 경제문제 등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남한의 대북 정책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정리=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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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남북정상회담 1주년(6월15일)을 맞아 한반도문제 전문가인 로버트 A 스칼라피노 버클리대 명예교수가 연합뉴스에 보낸 특별기고문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