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택선의 '경제 다이제스트'] '공급중시정책 '출발점'은 조세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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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레이거노믹스라는 1980년대 미국의 공급중시 경제정책이 조세 삭감을 핵심으로 했던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최근들어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선거공약대로 큰 폭의 조세 삭감을 시행하게 된 것은 이같은 공급중시경제학의 부활을 예고하는지도 모르겠다.
공급중시경제 정책에서 조세 삭감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부가 조세를 삭감하는 것은 씀씀이를 키우는 지출 증대와 함께 팽창적 재정정책에 해당된다.
이러한 정책을 쓰게 되면 정부의 재정적자는 커지지만, 민간부문이나 정부의 지출이 늘기 때문에 경제 전체적으로 볼 때 수요가 늘게 되고, 따라서 생산과 소득은 증가하는 한편 물가도 오르게 된다.
결과적으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같다고 하더라도, 정부지출의 증대와 조세 삭감은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정부부문의 비중이라는 측면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지출 증대와 달리 조세 삭감의 경우 정부의 비중이 작아진다.
조세 삭감이 80년대나 지금이나 보수적인 공화당 행정부에 의한 정책임을 생각할 때 "작은 정부"를 위한 정책적 선택임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정책의 효과라는 측면에서도 공급론자들은 조세 삭감이 수요 증대가 아니라 공급을 자극하기 때문에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법인세가 줄어들면 투자를 포함한 기업활동이 활발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개인들의 경우에도 세전 소득은 변하지 않더라도 실제로 자신이 쓸 수 있는 세후 소득은 증가한다.
이는 마치 실질임금이 높아진 것처럼 인식되어 노동공급이 늘어남으로써 경제 전체적으로 생산과 공급이 커진다.
공급론자들은 특히 이같은 조세 삭감의 공급 자극 효과로 인해 생산은 늘어나고, 따라서 실업은 줄어들면서도 물가는 하락하는 바람직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70년대 말 유가 상승으로 공급이 줄면서, 실업 증가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했던 스태그플레이션과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어떤 세목에 대해 조세를 삭감하고, 어떤 부수적인 정책을 병행해야 할지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가령 조세를 깎아주어도 이것이 투자나 노동의 공급 증대를 통한 생산 증대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정책 효과는 부정적일 수 있다.
또한 재정적자가 누적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4월까지 우리나라의 금년도 국세 징수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었다는 발표가 있었다.
정부가 조세 삭감과 같은 정책수단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인지, 아니면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할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법인세수가 크게 줄어든 것을 보면 경기가 그리 좋은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 한국외대 교수.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