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뱅킹솔루션 개발업체인 소프트그램의 김선경(35)개발실장.IT분야에서 12년이상 활약해온 보기드문 여성 개발자다. 지금이야 테헤란밸리 어느 IT기업을 방문해도 여성 엔지니어를 만날수 있지만 김 실장이 이 분야에 뛰어든 당시엔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대학에서 전산학을 공부한 그의 첫 직장은 공대생들의 집합소라는 대우엔지니어링 자동화사업부.이곳에서 남자 동료들과 함께 밤샘을 하며 서울지하철 2호선의 각종 제어시스템을 점검하는 일을 했다. 그는 "신혼시절 거의 매일 지하철 운행이 멈춘 새벽시간에 선로를 누비며 지하철 무인제어시스템을 확인했다"면서 "어떻게 버텼는지 모르겠다"고 얘기한다. 이후 IBM으로 회사를 옮겨 제일은행 하나은행 SK증권 등의 인터넷뱅킹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대상이 지하철에서 금융권으로 달라졌을 뿐 밤낮이 뒤바뀐 그의 생활은 변하지 않았다. IBM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엔지니어인 자신에겐 벤처기업이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해 어느날 갑자기 사표를 냈다. 이때 옮긴 회사가 바로 지금의 소프트그램이다. 온라인트레이딩 분야 선두업체인 이곳에서 김 실장은 기량을 마음껏 펼치기 시작했다. 입사한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기존 HTML방식보다 진일보한 자바인터넷뱅킹시스템(JIBS)을 개발했고 이어 KTB인트라넷시스템을 개발해냈다. 최근에는 계좌통합계좌 솔루션도 개발해 한빛은행에 설치했다. 그는 "개발이 끝났을 때는 쌓인 피로를 말끔히 씻고도 남을 만큼 기쁘다"고 말한다. 인터넷 뱅킹 초기에는 인터넷으로 뱅킹이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온종일 즐거웠다. 하지만 고객들이 보다 빠르고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요구하고 있어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고 얘기했다. 예나 지금이나 개발에 매달릴 때는 새벽에 퇴근하는 날이 많다. 신바람이 나 일에 몰두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정을 넘기곤 한다. 그래서 아이와 남편에겐 늘 미안할 따름이다. 김 실장은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남편의 이해가 없었더라면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다행히 IBM에서 함께 근무했던 남편은 한발 앞서 소프트그램으로 옮겨왔다. 김 실장은 특히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임신했을 때 무리하게 밤샘작업을 강행한 바람에 조산으로 태어난 아이에겐 늘 부족한 엄마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때문에 후배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으라며 충고도 아끼지 않는다. "일과 가정과 함께 꾸려가는 여성이라면 살아가면서 어디에 무게중심을 둬야 할 지 고민해야 합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볼 때 아이가 자랄 때는 수입이 작더라도 시간을 낼 수 있는 쪽을 택하는 게 현명한 것 같아요. 이 세상에 슈퍼우먼은 없거든요"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