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인터넷용 ADSL(디지털가입자망)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요즘 말그대로 죽을 맛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터넷 확산에 힘입어 매출이 급증했지만 올들어서는 상황이 바뀌었다. 이유는 다름아닌 가격 폭락 때문이다. 최근 국내 최대 통신사업자인 K사가 ADSL장비 입찰에서 납품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춰 공급받은 것이 가격 폭락에 불을 지폈다. 당시 공급권을 따낸 S사의 납품가격을 두고 업계에서는 "덤핑"이라는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이를 계기로 외산장비 업체들은 한국을 떠날 태세이고 국내 중소 장비업체들은 깊은 시름에 빠졌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잘나가는 기업은 있는 법.ADSL 모뎀을 개발하는 벤처기업 알파텔레콤(www.alphatelecom.co.kr)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백50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3백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김희조 사장은 "수출로 돌파구를 찾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ADSL 종주국이지만 국내에서는 "머니게임"에만 몰두해 시장질서가 이미 무너졌다. 최고의 기술력으로 세계시장을 뚫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 김 사장의 판단이다. 김 사장의 이같은 생각은 맞아떨어졌다. 지난해 9월 세계적인 네트워크 업체인 캐나다 노텔 네트웍스로부터 공급권을 따낸 이후 지금까지 모두 2천만달러 이상을 수출했다. 금년초에는 대만 최대의 ADSL 장비업체인 엠비트(AMBIT)와 6백만달러 상당의 독점공급계약을 맺기도 했다. 알파텔레콤이 올해 해외시장에서 올릴 매출은 모두 3천만달러.이 회사 연간 매출액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김희조 사장이 알파텔레콤을 창업한 것은 IMF 경제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98년. "위기에서 조금만 눈을 돌리면 기회가 보인다"는 평소 지론에 따라 인터넷이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을 갖고 ADSL 모뎀 생산에 뛰어들었다. 김 사장은 처음부터 기술력으로 승부를 걸었다. 2개의 칩을 사용하는 기존 제조방식을 탈피,1개의 칩으로 모뎀을 만드는 기술을 맨먼저 개발한 것.당연히 경쟁사보다 가격경쟁력에서 앞설 수밖에 없었다. 김 사장은 "한발 앞서 시장을 보니 길이 열렸다"고 말한다. 김 사장은 ADSL 모뎀에 이어 최근에는 광통신사업에도 진출했다. 광신호를 51.84Mbps급으로 다중화해 전송하는 파장분할다중(WDM) 방식의 광모뎀(OCSU)을 개발해냈다. 앞으로는 IMT-2000(차세대 영상이동통신)용 무선통신 단말기 개발에까지 나설 계획이다. 이미 사내에 PDA 개발팀을 구성해 SK텔레콤 등과 공동으로 2.5세대 이동통신용 PDA 단말기를 개발중이다. (02)2186-5300.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